우리은행, 내부선 횡령 밖으론 부정 대출… 사고엔 '땜질 처방' [뉴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350억원 부적정 대출
임종룡 회장 “환골탈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쇄신책 내놓고 또 사고 터지는 악순환 반복

우리은행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고 때마다 쇄신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그룹 전반의 감시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다.

사진=연합뉴스

12일 금융감독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3일부터 올해 1월16일까지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등을 대상으로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50억원 규모는 심사와 사후관리에서 기준·절차를 지키지 않는 등 부당대출 혐의를 받는 상황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날 임종룡 회장 주재로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지주사 및 우리은행 모든 임원이 참석하는 긴급임원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임 회장은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며 “이는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뉴스1

그러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왔던 기업문화와 업무처리 관행, 상·하간의 관계,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바꾸어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행장은 우리은행 전 임직원에 보낸 이메일에서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과거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인식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명확하게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금융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고객들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사고가 터지면 고개를 숙이고 대책을 발표하지만, 다른 곳에서 또다른 사고가 터지는 패턴이 반복된 탓이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앞서 우리은행 경남지역 지점 직원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35회에 걸쳐 개인과 기업체 등 고객 17명 명의로 허위 대출을 신청한 뒤 대출금 177억7000만원을 지인 계좌로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빼돌린 자금은 암호화폐 투자 등에 쓴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전에는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회에 걸쳐 무려 700억원 가까운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2020년 말 본부감사부를 신설하고 여신 사후관리를 총괄하는 여신관리본부도 새로 설치하며 내부 통제를 강화했다. 지난달에도 내부통제 책임자인 준법감시인을 교체하고 일부 간부들을 경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