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역대급 폭염, 함께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다

‘폭염살인’의 저자 제프 구델은 인간만의 독특한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묘사했다. 200만개에 이르는 땀샘이 그것이다. 몸이 더워지면 피부를 물로 적셔주는 장치다. 물이 증발하면 피부의 열이 식고, 체온도 함께 떨어진다. 덕분에 인간은 많은 열을 내는 뇌를 감당하며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그런데 지구 기후변화로 이 장치에 문제가 생겼다.

최근 전 세계의 폭염은 인간의 땀샘 시스템이 견뎌내기에 녹록지 않다. 필리핀, 태국에는 올해 4월부터 40도가 넘는 더위가 시작됐고, 인도와 파키스탄의 5월 온도는 50도에 달했다. 이 정도 온도에서는 땀샘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열 배출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36.5도의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 인간은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올여름 우리나라의 폭염도 매우 혹독하다. 6월 중순부터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었다. 8월에는 여주에서 40도가 찍혔다. 8월10일까지의 폭염일수는 13.9일로 작년보다 2.3일 늘어났으며, 열대야 일수는 작년 6.0일보다 배가 넘는 7.8일 증가한 13.8일을 기록했다.



폭염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 재난안전도우미의 역할, 개인의 실천이 함께 필요하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중앙부처, 지자체, 관계기관들과 힘을 합쳐 범정부적으로 폭염에 대처해 왔다. 고령 농어업인, 현장 근로자,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그늘막 같은 폭염저감시설 3000개를 추가 설치하고, 무더위쉼터 6만1000곳을 운영하고 있다. 재난문자, 문자방송, 스마트마을방송, 동영상 등을 통해 국민행동요령을 널리 알리고 있다.

정부의 노력과 함께 현장의 재난안전도우미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의 생활지원사 3만4000명은 폭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에게 매일 전화를 드리고 방문해 안부를 살핀다. 경주에서는 한 생활지원사가 전화를 받지 않은 83세 어르신을 구했다. 소방대원들은 더운 쪽방촌 골목골목에서 위험에 놓인 사람들을 발견해 응급처치한다. 동네 이장들은 무더위 시간대에 야외 논밭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작업을 멈추라 독려한다. 지역자율방재단원들은 무더위쉼터를 하나씩 맡아서 살뜰히 챙기고 있다.

개개인의 참여와 예방 노력도 중요하다. 생활 속에서 물, 그늘, 휴식의 3대 원칙을 실천하고, 한낮엔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자녀들이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건강을 돌보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재난 상황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최상의 조력자이다. 강렬한 폭염의 위협도 함께 보살피는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 우리 모두 서로의 땀샘이 되어 찌는 듯한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보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