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내가 꾸고 싶었던 꿈

박은지
갓 쏟아진 물이었을 때

그곳에 숨어 들어가
낮잠을 잤다

꿈에서는 친구였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날이 맑았다 선명하게
빛을 가르는 건 나무뿐인 곳에서 머리카락은 금방 자라고
너의 빗질을 따라 꿈이 흘렀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린다
막 태어난 소리가 흩어지고 나무는 어제와 같은 속도로 늙어 간다

숨어 들어갈 물이 없어
창문을 닫아걸고 바람이 자라는 것을 본다
친구였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창문을 두드린다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나뭇잎이 밤을 불러오고
내가 꾸고 싶었던 꿈을 사람들이 무어라 불렀는지
잠잠히 생각하고 있다

“친구였던 사람들”…. ‘친구’가 아니라 ‘친구인 사람들’이 아니라 “친구였던 사람들”이라고 시인은 쓰고 있다. 어쩐지 이 말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과거형일 수밖에 없는 어떤 외로움에 대해.

 

쏟아진 물에 숨어 들어가 겨우 꾸는 꿈. 그런 꿈을 통해서라야 만날 수 있는 “친구였던 사람들”. 꿈속은 잠시 평화롭지만 언제나 그렇듯 꿈의 평화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꿈밖의 “나”는 다시 혼자가 된다. 사람들은 멀리 있다. “사람들의 목소리”만을 환청처럼 듣는다. 밤은 오고 또다시 그렇게 꿈을 기다릴 수밖에.

 

“내가 꾸고 싶었던 꿈”이란 그러므로 환상이나 거창한 공상이 아니라 지나온 과거의 한 시절인 것일까. 사람들과 함께였던 어느 때. “친구”와 “인사”와 “빛”과 “너”가 있었던 때. 누군가에게는 그저 익숙하고 평범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꾸고 싶은 꿈, 혹은 꾸고 싶었던 꿈이 되기도 하는 것.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