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역대급 열대야… '뉴노멀' 된 100GW 시대

7일 100.203GW 추계… 역대 세 번째
전력 총수요 태양광 발전 출력 17.6GW
날씨 영향 커 안정적 운영에 부담 가중
전력망 확충 속도 더뎌 투자 확대 절실

서울 등의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오르내렸던 지난 7일 오후 2∼3시 전국에서 평균 100기가와트(GW)가 넘는 전력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1기가 보통 1시간에 생산할 수 있다는 설비용량이 1GW인 만큼 이날 1시간 사이 한국에서 총 10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비상상황’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한국에선 지난해 8월7일과 8일 전력 총수요가 100GW를 넘어선 바 있다. 여름철 전력 수요 피크 기간 전력 총수요 100GW는 이제 한국에서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되었다는 뜻이다.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가운데 12일 한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들이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12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7일 오후 2∼3시 한 시간 평균 전력 총수요 추계는 100.203GW였다. 이는 지난해 8월7일(100.571GW)과 8일(100.254GW)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전력 사용량이다.



전력 총수요 추계는 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 내 수요’와 태양광 발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전 직접구매계약(PPA), 소규모 자가용 태양광 발전 등 ‘전력시장 외 수요’를 모두 더한 값이다. 전력시장 외에 거래되는 자가용 태양광 발전 등의 경우 정확한 출력량을 집계하기 때문에 전력거래소는 총수요를 추정해 공개하고 있다. 특히 역대급 ‘폭염’이 지속 중인 이달 들어 전력 총수요는 계속 100GW 안팎을 기록 중이다. 5일 오후 2∼3시 총수요가 99.609GW였고, 다음날에는 오후 2∼3시 사이 98.605GW를 기록했다. 전력 총수요는 8일 오후 1∼2시에도 97.273GW까지 올라섰다.

올해는 전력 총수요에서 태양광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는데, 지난 7일 총수요에서 태양광 출력은 17.662GW로 추계됐다. 이렇게 태양광 등의 비중이 커지면서 발전량은 늘었지만 이런 신재생에너지 발전 특성상 안정적인 전력 계통 운영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날씨 등에 따라 초과 생산된 전기를 수요가 많은 수도권 등으로 실어 나를 전력망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전기는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로 부족해지면 이른바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한다. 날씨가 좋아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기가 초과 생산되면 원전 등에 출력 제어가 들어간다. 반대로 날씨가 나빠 태양광 출력이 줄어들면 순간적으로 다른 전원에서 대규모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한 국내 전력망 곳곳이 단절되어 있어 효율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게다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전기를 소모하는 인공지능(AI) 설비와 데이터센터, 전기차,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등으로 전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망 확충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최근 “미래 먹거리가 될 반도체, 바이오, AI 등 첨단산업 모두 전력산업의 기반 위에 존재한다”고 말한 이유다.

문제는 한국의 더딘 전력망 확충 속도다. 전력망 확충에 앞장서야 할 한전은 낮은 전기요금 등으로 부채가 급증해 투자 여력이 없다. 전력망 확충을 위한 특별법도 정부 주도로 21대 국회에 발의됐지만, 정치권 관심 부족으로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