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세계 도시 다수, 하계 올림픽 부적합 수준 폭염”

2024 파리 올림픽이 폭염 속에서 폐막한 가운데 2050년까지 세계 도시 다수가 하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을 정도로 더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비영리 탄소프로그램 연구단체 카본플랜(CarbonPlan)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40~2059년 연간 최고 온열지수(WBGT)의 평균값이 섭씨 32도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도시가 북미와 유럽, 아시아, 중동 등 세계에 다수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양궁 경기 시작 전 더운 날씨에 더위를 식히고 있는 관중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온열지수는 기온·습도·풍속·태양각·구름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람이 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수치다. 이 수치는 노동자, 운동선수, 군인 등 야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열사병 예방 기준으로 활용된다.

 

온열지수가 32도를 넘으면 단시간의 야외 활동으로도 온열질환이나 사망 위험이 있다고 여겨진다. 28도 이상에서는 통상 마라톤 경기가 중단된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기존 개최 도시와 개최 예정 도시 24곳 중 절반에 가까운 11곳이 폭염으로 하계 올림픽을 다시 열지 못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2050년 7월20일~8월11일(남반구는 2050년 1월20일~2월11일)의 평균 WBGT 예측치에 따르면 한국 서울,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미국 세인트루이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 5개 도시가 양지·음지 모두에서 WBGT 27.7도 이상이었다.

 

WBGT 27.7도는 미국스포츠의학학회(ACSM)가 운동 경기 등 지속되는 신체 활동을 멈추라고 권고하는 수준이다.

 

그리스 아테네, 이탈리아 로마, 미국 애틀랜타,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주 시드니, 브리즈번 등 6곳은 양지의 WBGT가 섭씨 27.7도를 넘을 것으로 관측됐다. 브리즈번은 2032년 하계 올림픽 개최 예정지다.

 

2028년 개최 예정지인 로스앤젤레스는 양지·음지 모두에서 섭씨 27.7도 미만으로 예측됐다.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한 도시 6곳 중 5곳에서 WBGT가 위험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누산타라 일대는 2040~2059년 평균 WBGT가 27.7도를 연중 내내 상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도 아마다바드, 카타르 도하도 연중 수개월간 27.7도를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WBGT가 여름에도 27.7도를 밑돌 것으로 예측된 유치 희망 도시는 칠레 산티아고뿐이었다.

 

세계에서 여름철 폭염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하계 올림픽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CNN은 “극심한 더위는 운동선수들에게 더 큰 위협이 되고 있고 화석 연료로 인한 오염이 기온과 습도를 높이면서 열사병 등이 점점 흔해지고 있다”며 “무더위가 최고치에 달하는 때와 겹치지 않도록 올림픽 시기를 변경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카본플랜의 기후학자인 오리아나 체그위든은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연중 최악의 폭염이 도래하는 때가 하계 올림픽 기간과 겹친다”며 “2036년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국가들에도 더위 문제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