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횡성군 ‘전기·소형 노면청소차’ 애물단지로 전락

김명기 횡성군수가 도입한 ‘전기 소형 노면청소차’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횡성군 도로 사정에 부적합한데다 성능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판명되면서다. 군청 부서들 사이에 소형 노면청소차 떠넘기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예산낭비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명기 횡성군수가 소형 노면청소차 도입 당시 시승하고 있다. 횡성군 제공

1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 횡성군은 지난해 4월 예산 1억원을 들여 소형 노면청소차 1대를 구입했다. 앞부분에 장착된 브러시로 도로에 쌓인 먼지를 모아 진공흡입하고 물을 뿌려 비산하는 먼지를 줄이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차량이다.

 

도입 당시 김 군수는 대형 노면청소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좁은 골목길과 이면도로 청소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소형 노면청소차를 추켜세웠다. 향후 1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취재결과 지난 1년간 소형 노면청소차의 운행 거리는 60㎞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200m을 채 운행하지 않은 셈이다. 횡성군이 기존에 운용해온 진공 노면청소차가 하루 20㎞씩 운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형 노면청소차는 멈춰서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소형 노면청소차가 횡성종합운동장 한편에 장기간 방치되면서 바퀴 등 곳곳에 거미줄이 쳐 있다. 배상철 기자
소형 노면청소차가 횡성종합운동장 한편에 장기간 방치되면서 바퀴 등 곳곳에 거미줄이 쳐 있다. 배상철 기자

소형 노면청소차가 외면 받은 가장 큰 이유는 횡성군 도로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은 당초 읍내 좁은 골목길 청소에 소형 노면청소차를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시골 특성상 상시 주차된 차량이 많아 진입조차 불가능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겨우 골목에 들어간다고 해도 느린 청소 속도로 인해 길을 막아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충전 후 운행시간이 5시간에 불과해 효율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결국 처음 소형 노면청소차를 배정받은 횡성읍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운행을 포기했다. 둔내면으로 이동 조치됐으나 운영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면서 창고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후 군청 교육체육과에 배치됐다가 현재는 환경과 소속으로 횡성종합운동장 한편에 세워두고 있다.

 

취재가 시작된 이후 횡성군은 소형 노면청소차를 운행할 계약직 직원을 채용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군청 관계자는 “횡성종합운동장 내 트랙과 주변도로를 청소할 것”이라며 “향후 활용 범위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병화 횡성군의원은 “소형 노면청소차를 도입하기 전에 횡성군에 적합한지 사전 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졌어야 했다”며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애물단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횡성종합운동장 가보시면 알겠지만 소형 노면청소차를 이용해 청소해야할 정도로 더럽지 않다”며 “중고 판매를 통한 예산 회수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