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리스크 관리 요청에 늑장 대응해 전세사기 피해를 키우고 막대한 재정 손실을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 감사원이 내놓은 ‘서민주거 안정시책 추진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74억원이던 HUG의 전세보증사고가 2019년 3442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자 HUG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16차례에 걸쳐 전세보증사고 급증에 따른 전세사기 예방과 HUG의 재정위험 관리를 위해 담보인정비율과 공시가격 적용비율 하향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전세보증 전체 사고율이 하락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고 잘못 판단해 HUG의 요청을 검토하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정부 대응이 늦어지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토부가 뒤늦게 2023년 담보인정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췄지만 2021년 10월에 하향했다면 3조9000억원의 보증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HUG 역시 책임을 비켜가기 어렵다. 감사원은 2021년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과 2022년 12월 빌라왕 사건 등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에서 전세보증이 악용됐다고 판단했다. 전세보증사고를 일으킨 임대인은 전세보증 신규 가입이 금지되는 내부 규정이 있었지만 유명무실했다는 것이다. HUG는 추가 심사를 통해 악성 임대인의 보증 가입을 거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