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마저 삼킨 ‘정쟁 블랙홀’ [분열 위기 광복절]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사태 확산
48개 역사단체 “사퇴” 촉구나서
우원식 의장 “대통령이 결단을”
尹대통령 “불필요한 이념논쟁”
15일 광복절 경축식 파행 우려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결국 두쪽 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뉴라이트 역사관 등에 대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해명에도 광복회 등 독립운동 단체들이 임명 철회 요구를 굽히지 않는 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정부 주관 행사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터여서다. 국권 회복을 기리며 국민 통합의 장이 돼야 할 8·15가 분열로 얼룩질 수 있는 만큼 정치권이 남은 하루라도 정쟁을 접고 설득과 타협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 공동취재사진

우원식 국회의장은 13일 성명을 내고 “광복절을 앞두고 심각한 국론 분열과 갈등이 빚어졌다”이라며 “대통령께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독립운동가 김한 선생의 외손자이기도 한 우 의장은 이어 “독립기념관은 독립운동을 기억하고 기념하고 계승하겠다는 국민의 뜻이 담겼다”며 “당사자 해명에도 신임 관장이 설립 취지에 적합한 역사 인식을 갖췄는지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임명자가 자진사퇴를 거부한 만큼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결자해지하라”고 덧붙여 사실상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건국절 논란을 두고 참모들에게 “왜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 벌어지는지, 어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건국절에 대해 언급한 적도, 추진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종찬 광복회장에게 ‘건국절을 추진하지 않을 테니 경축식에 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관 단체의 반발은 확산하고 있다. 역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역사연구회 등 48개 단체는 이날 성명서에서 “광복 80주년을 한 해 앞에 두고 부적절한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이 이뤄졌다는 점에 역사 관련 학회와 단체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강제동원 정부 해법,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협조 등을 ‘반역사적 행태’로 규정하며 “이번 독립기념관장 임명은 그 흐름의 정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지난 12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뉴라이트 성향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 공법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 기념재단도 이날 합동 성명을 내고 “보훈 단체들의 불참 결정은 뉴라이트 성향 논란이 있는 인물을 임명한 정부 책임”이라며 경축식 불참을 선언했다.

야권도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인 민주당 김용만 의원은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김 관장 임명이 국가교육위원장, 국사편찬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인선에 이은 “역사왜곡 친일 인사 행각”이라며 “광복회장은 용산에 밀정의 그림자가 존재한다고 했지만 용산 그 자체가 밀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여당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김 관장을 뉴라이트 극우인사로 몰아가고, 윤석열 정권을 밀정 정권이라 단정 짓는가”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광복절은 우리나라가 일본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말 그대로 빛을 되찾은 축복의 순간을 기리는 자리”라며 “이런 광복절까지 허위·조작 선동 정치로 물들이는 민주당의 못된 정치야말로 이제 보이콧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