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생방송에서 성기를 노출한 사고에 연루됐던 인디밴드 ‘럭스’의 멤버 원종희(43)가 사과 영상을 올린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원종희는 지난 4월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55초 길이의 영상에서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MBC 음악캠프 생방송에서 성기 노출 사고가 있었다”며 “당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앞으로도 평생 제 잘못에 대해 계속해서 뉘우치며 살아가도록 하겠다”며 “당시 사고 이후에도 수년 동안 제 나름으로 여러 크고 작은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사과드려왔지만, 이렇게 제 유튜브 영상을 통해 다시 한번 진심을 다해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원종희가 언급한 ‘성기 노출 사고’는 2005년 7월 30일 MBC 음악캠프 생방송 중 벌어진 일이다. 럭스와 함께 우정 출연했던 다른 인디밴드 카우치와 스파이키 브랫츠의 멤버가 공연 도중 하의를 완전히 탈의했고 이 모습이 생방송으로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당시 방청객 대부분은 방학을 맞아 방송국을 찾은 청소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사고가 나자마자 당시 음악캠프 MC였던 신지와 엠씨몽이 사과하고, “본의 아닌 사고로 물의를 빚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자막이 나갔으나 여파는 이어졌다.
결국 MBC는 홈페이지에 “통제가 불가능한 생방송 도중 사전에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 상황으로 본의 아니게 물의를 빚게 돼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고,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서도 공식 사과했다. MBC는 당일 음악캠프 종영 결정을 내렸으며, 이에 담당 PD와 스태프 등은 일거리를 잃었다.
성기를 노출한 멤버들은 방송이 끝난 뒤 공연음란죄와 업무방해죄로 구속기소 됐다. 법원은 “젊은 혈기에 저지른 일”이라며 “상당 기간 구금돼 반성할 시간을 가진 데다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물의를 저지른 멤버들은 풀려났지만 해당 방송 사고로 인디밴드는 ‘퇴폐 문화’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실제로 이 사건 이후 인디밴드는 약 4년간 지상파 방송에 설 수 없었다. 밴드 팬 사이에선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방송 환경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생방송으로 진행됐던 음악방송이 ‘딜레이 생방송’ 체제로 전면 바뀌게 된 것이다. 논란의 방송 이후 지상파 3사가 5~10초, 길게는 5분 가량 딜레이를 원칙으로 하게 됐다. 송출을 담당하는 주조정실에서는 혹시 모를 방송 사고가 생길 시 내보낼 여분의 화면을 상시 준비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원종희의 뒤늦은 사과 영상에도 누리꾼들은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영상에는 “같이 웃고 캠코더 찍을게 아니라 바로 막았어야 했다”, “당시 럭스 팬이었고 또 하나의 피해자라고 생각해 왔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 해도 장난스레 그걸 ‘성장통’으로 치부하던 예전 영상보고 실망했다”,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건 좋지. 근데 당신들 때문에 무대 설 기회를 날린 인디밴드들에게 사과는 했냐”, “(사과를) 안 하는 것보단 낫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지 않나 싶다” 등 댓글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