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국기 달고 대형 게양대 세우고… 정부·지자체 ‘태극기 캠페인’

2025년 광복 80주년 앞두고 인식 개선 나서

행안부,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일부 집회 이용 부정적 이미지 쇄신
2025년 달력에 국기 다는 날도 표기

서울·경주 등선 대형 게양대 추진
시민들 반대 부딪혀 난항 겪기도
“애국심 고취”“국민에 거부감”논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국민을 대상으로 ‘태극기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일부 시위·집회에 이용되며 태극기에 가해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국기 게양률도 높이겠다는 취지다. 지자체에서도 대형 국기게양대를 설치하는 등 태극기 부각에 나섰다. 다만 국가 상징물을 정부 차원에서 강조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국가주의를 강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달력에 태극기 다는 날을 표기하고, 붙이는 태극기, 차량용 태극기 등 다양한 형태의 태극기 게양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특히 내년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태극기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번 계획 추진의 배경이다.

13일 대구 북구 동화훼밀리타운 아파트에서 열린 ‘광복 79주년 나라사랑 전 세대 태극기 달기 운동’에서 어린이집 원생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대구=뉴시스

국기를 다는 것이 강제사항은 아니다 보니 태극기 게양률은 저조한 실정이다. 한국리서치가 2022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7%만이 국경일이나 주요 기념일에 태극기를 건다고 답했다. ‘태극기를 전혀 걸지 않았다’는 응답은 24%였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태극기를 걸지 않는다는 응답이 높았다. ‘태극기를 걸지 않는다’고 응답한 18∼29세는 70%에 달했다. 올해 3·1절에 진행한 한 민간단체의 표본 조사(춘천 지역 3351가구 대상)에선 태극기 게양률이 12.5%(419가구)에 그쳤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태극기 게양을 적극 권고할 계획이다. 민간에서의 달력 제작 시 기준이 되는 자료인 ‘월력 요항’에 국경일 등 7일(삼일절·현충일·제헌절·광복절·개천절·국군의 날·한글날)을 태극기 다는 날로 반영하기로 했다. 국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각 지자체 민원실과 주민센터 등에 국기 판매소 운영을 활성화하고, 국경일 직전 태극기 거리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태극기 홍보 영상과 각급 학교 교육 등을 통해 태극기 게양도 홍보한다.



다만 정부 차원의 국가 상징물 홍보가 국민에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지자체에서 ‘대형 국기게양대 설치’를 두고 불거지고 있는 논란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달 광화문광장에 태극기가 게양되는 100m 높이 조형물 건립 등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가 재검토에 들어갔다. 일각에서 ‘지나친 애국주의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 탓이다. 서울시는 의견수렴을 거친 뒤 설계 공모를 재추진할 예정이다.

경북 경주시는 지난해 황성공원에 56m짜리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추진했다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쳤다. 이에 시는 게양대 높이를 30m로 대폭 축소하고, 예산도 기존 6억5000만원에서 2억7000만원으로 줄였다. 인천 연수구는 내년 준공 예정인 보훈회관 건물 앞에 35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세우는 사업이 난항을 겪었다. 일부 구의원이 반발하면서 사업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서다. 구는 최근 예산을 확보하고, 내년에 태극기 게양대를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 관계자는 “태극기 게양을 정부 주도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서 “민간에 강요해 정부 주도로 할 생각은 없고, 국기 게양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 좋아 못하는 부분을 개선하거나 인식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창의융합학)는 “국기에 관련된 캠페인을 꼭 국수주의, 전체주의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대한민국의 얼굴인 ‘태극기’를 세계인들에게 더 잘 알릴 기회와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다만 지자체에서 결정을 밀어붙이는 방식보단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방식과 내용이면 보다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