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만큼 기상여건에 민감한 분야도 없을 것이다. 국내 인기 스포츠인 야구·축구는 여름, 배구·농구가 겨울 종목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폭염·폭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두산·롯데전이 느닷없는 폭우로 취소됐다. 계속되는 폭염에 소나기는 반가울 법도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으로 쏟아진다. 당시 오후 3시 36도의 폭염 속에 빗방울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5분도 안 돼 물바다가 됐다. 방수포를 설치하기 무섭게 투수 마운드엔 물웅덩이가 생겼다.
지난 2일 울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엘지-롯데전은 프로야구 출범 42년 만에 폭염으로 취소됐다. 인조잔디가 깔린 울산 야구장의 온도계는 지열로 섭씨 50도를 넘었다. 선수들이 탈진하는가 하면 관중이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일까지 벌어진다. 두산의 이승엽 감독은 20일부터 포항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3연전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4월 KBO가 일정을 발표할 때부터 “인조잔디 구장인 포항 야구장에서의 경기는 무리”라며 수차례 재고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다. 지난 3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기아전은 전력 사용량의 급증 탓에 정전돼 40분간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