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 인사 내키지 않아도 광복절 경축은 국가 지도층의 의무 대통령 탄핵 노린 ‘친일’ 매도 안 돼
오늘은 제79주년 광복절이다. 일제강점기 35년의 암흑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는 우리나라 최대 국경일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과 광복회 등 독립유공자 단체들은 정부 주관 경축식에 불참하거나 따로 기념식을 열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리고 조국의 밝은 앞날을 기원하는 일에 어찌 진영이나 이념이 있을 수 있겠나. 민주당과 광복회 등의 재고를 거듭 촉구한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뉴라이트 사관을 지닌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선포하려 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 관장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8월 발표된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은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로 규정했다. 그런데도 광복회 등은 김 관장 임명 철회는 물론 건국절 제정 시도 사과까지 요구하니 황당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김 관장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그게 광복절 경축식을 보이콧할 만큼 엄중한 사안인가.
이종찬 광복회장은 어제 방송에서 김 관장 임명이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만들려는 음모’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석열정부를 “내선일체 단계에 접어든 최악의 친일 매국 정권”이라고 매도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아예 현 정부를 조선총독부와 동일시했다. 대한민국이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난 지 80년이 다 됐는데 ‘내선일체’니 ‘조선총독부’니 하는 자극적 용어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야권의 탄핵소추 추진 명분 쌓기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되어야 할 광복절 경축식을 반쪽으로 만든 이들은 훗날 ‘정략에 눈이 멀어 헌정사에 오점을 남겼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김 관장 임명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 제기가 잇따르는 것은 우려스럽다. 독립기념관에 앞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및 원장 인선 당시에도 “특정 이념에 경도된 학자들이 중책을 맡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쯤 되면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 기회에 국책 연구기관을 비롯한 공공기관 인사 시스템과 관행을 철저히 점검해 다시는 잡음이 불거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