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논란 교원평가, 서술형·학부모 조사 빠진다

교육부, 평가 개편 방안 시안 공개

학생 만족도 대신 ‘인식도’로 개선
자기진단 추가·능력향상 연수 폐지
2025년 시범운영… 2026년 본격 시행

교육부가 ‘교권침해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있었던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서술형 문항 폐지를 추진한다.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도 사라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의 ‘교원평가 개편 방안 시안’을 공개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뉴시스

교원평가는 교원의 학습·생활지도에 대해 매년 학생과 학부모, 동료 교원들이 평가하는 제도로, 2010년부터 시행됐다. 교육 수요자의 의견을 듣고 결과를 연수 등에 활용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익명의 서술형 문항에 욕이나 성희롱 발언을 적는 학생·학부모가 적지 않아 ‘합법적인 악플(악성댓글) 창구’란 비판이 많았다. 2022년 11월에는 세종의 한 고교에서 여교사 여러 명에게 성희롱 발언을 적었던 학생이 퇴학 처리되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서울 서이초에서 교사가 사망한 사건 이후 교권회복 대책을 내놓으면서 교원평가 시행을 잠정 유예하고, 서술형 문항은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현장 의견 수렴, 정책 연구 등을 통해 이번 개편안을 마련했다.

 

시안에 따르면 교원평가는 ‘교원역량 개발 지원제도’(가칭)로 재설계된다. 기존 교원평가는 △학생 만족도 조사 △학부모 만족도 조사 △동료 교원평가로 이뤄져 있는데, 새 평가에서 학생 만족도 조사는 ‘학생 인식도 조사’로 개선되고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폐지된다.

 

학생 인식도 조사는 기존엔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만족도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새 평가는 ‘선생님의 질문으로 수업에 호기심이 커졌다’ 등 학생의 ‘성장 인식’ 등에 중점을 둔다는 설명이다. 교사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서술형 평가는 사라진다.

 

또 학부모 만족도 조사 대신 교원 스스로 하는 ‘자기 역량진단’이 추가된다. 기존에 학부모 평가만 받았던 초등학교 1∼3학년 교사는 동료의 평가만 받게 되는 셈이다. 동료 평가는 교원평가와 별도인 ‘교원업적평가’와 연계하고, 교원평가 결과 기준 미달 교원이 받았던 연수도 폐지된다.

 

교육부는 올해까지 교원평가를 유예하고, 내년 시범 운영을 거쳐 2026년 이후 새 평가제도를 전면 시행한다는 목표다. 의견 수렴 후 다음 달 개편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교원단체는 개편안을 환영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교육부가 교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학부모 평가를 과도하게 축소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학부모는 “학부모 조사가 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을 텐데 학교에 의견을 전할 통로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며 “학부모들은 잠재적인 교권침해 가해자니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