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정찰위성이 발사 다음 날 돌연 ‘안전모드’에 빠진 이유는? [2020s 스페이스 오페라]

검·보정 작업 계속… 1호기는 임무 수행 돌입
국방과학硏 425사업팀 가보니

우주는 새로운 전장이다. 강대국들은 우주공간을 선점해 적국을 감시하고 거대 기업들도 패권을 다툰다. 우주를 과학이 아닌 안보의 관점에서도 봐야한다. 이 시리즈는 우주를 놓고 거대 세력이 벌이는 활극과 아픔을 딛고 날아오르고 있는 우리 군의 정찰위성 프로젝트의 뒷이야기를 연재한다.

지난 4월 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리 군의 정찰위성 2호기를 실은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발사하고 있는 모습. 국방부 제공

“단장님 이걸 좀 보셔야겠는데요….”

 

우리 군의 두 번째 정찰위성을 발사한 다음 날인 4월 8일.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정찰위성 사업을 총괄하는 김경근 단장에게 반갑지만은 않은 전화가 걸려왔다. 국내 지상국에서 위성 상태를 모니터링하던 나경수 팀장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정상적으로 작동되던 위성이 별안간 ‘안전모드’에 빠졌다는 전화였다. 

 

미국 플로리다의 케네디 우주센터에 남아 있던 김 단장은 발사 다음 날까지 ‘통제센터’ 밖을 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위성은 우주에서 정상 작동하는지, 지상과 제대로 교신을 하는지 확인해야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발사 장면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됐고 ‘정찰위성 발사 성공’이라는 제목이 조간 1면을 장식했다. 나 팀장이 있던 지상국은 안전모드에 빠진 원인을 찾느라 비상이 걸렸다. 안전모드는 오류나 고장이 났을 때 위성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하드웨어 전원을 끄고 생명유지에 필요한 가장 작은 전장품만 가동된다. 기계 결함이 원인이라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혹시 개기일식 때문은 아닐까요.” 놀랍게도 같은 날 일어난 북미 지역 최대 규모의 개기일식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나 팀장은 “해가 나와야 하는 시간에도 어둠이 지속되니까 위성이 비정상 상황이라고 인식했던 것 같다”며 “사람들은 일식보면서 소원을 빌고 있을 때 우리는 위성하고 씨름하고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 군의 감시·정찰위성 모형도

발사 직후에는 지상과의 교신이 불안정해 애를 먹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교신이 되는 게 맞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김 단장은 “인공위성이 우주에 올라가자마자 완벽하게 작동되는 건 아니다”라며 “수면 마취 후 일찍 깨어나는 사람도 있고 늦게 깨는 사람도 있듯 위성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공위성은 발사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지난해 12월 발사한 정찰위성 1호기인 전자광학·적외선(EO/IR) 위성은 지난 13일 국방부로부터 ‘전투용 적합 판정’을 획득하고 임무 수행을 시작했다고 방사청이 14일 밝혔다. ADD에서 8개월간 검·보정 작업을 마치고 군으로 인도된 것이다.

 

지난 4월 발사한 정찰위성 2호기는 현재 구동상태를 점검하고 위성이 촬영하는 영상의 초점을 맞추는 검·보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우리 군의 첫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이자 세계 최초로 계속 자세를 바꿔가면서 궤도를 도는 유형의 SAR 위성이다. 전자파를 이용하여 영상을 생성하므로 전천후 주·야간 촬영이 가능하다. 해상도 역시 SAR 위성 중 세계 최고 수준이며 남극과 북극을 축으로 도는 지구동기궤도가 아닌 경사궤도를 도는 위성도 국내에선 처음이다. 이 때문에 국방 관계자들이나 과학계는 물론 북한에서도 주시하고 있는 뉴스였을 것이다. 

정찰위성 개발사업을 주도한는 국방과학연구소(ADD)의 ‘425 사업팀’. 왼쪽부터 김윤종 선임연구원, 나경수 팀장, 김경근 단장, 최현주 중령, 정재한 선임연구원. 대전=최상수 기자

다만 처음 발사하는 위성이다 보니 지상에서 끊임없이 오류를 잡아줘야 한다. 변수가 많은 우주환경 탓에 개기일식뿐만 아니라 방사능을 맞거나 태양풍이 불어 임무수행이 중단된 적도 있다. 재방문 주기도 짧은 경사궤도를 돌기 때문에 관제를 담당하는 인원들은 3교대로 근무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력화 전까지 위성에서 잠시라도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