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숙 광복회 워싱턴지회장 “차세대 후손들에게 조상들의 독립운동 기억하게 할 것”

“차세대 재미 후손들에게 조상들의 독립운동을 어떻게 설명하고, 정신을 이어갈지가 저의 현재 고민입니다.”

 

지난 10일 취임한 문숙 제2대 광복회 워싱턴지회장은 광복절을 앞두고 13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광복회 워싱턴지회는 독립유공자 후손모임인 광복회의 미국 워싱턴, 버지니아, 메릴랜드 권역 지회다.

 

문숙 광복회 워싱턴지회장이 13일(현지시간) 버지니아 팔스처치 세계일보 관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6남매의 막내딸인 문 회장은 부모님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 조선말기 의병대장이었던 증조할아버지 김찬순 애국지사(1868∼1908)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일가족 10명이 일제에 의해 몰살당했을만큼 가족의 역사에는 상처가 깊은 이야기다. 하지만 미국 이민 30년이 다 되어가는 2017년까지 증조부의 독립운동은 가족 내의 역사일 뿐이었다.

 

그 해 광복절 기념으로 한국 정부가 실시한 ‘해외거주 독립운동가 자녀 초청행사’가 그의 삶에 변화를 가져왔다. 오랜만에 방문한 고국은 그가 한국에 살던 시절보다 더 아름다웠다. 증조부의 헌신이 오늘날 발전한 고국의 뿌리를 이뤘다는 사실이 한층 더 각인됐다. 100여년 전 증조부의 의병활동은 좀 더 직접적으로 그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광복회 워싱턴지회는 10여년 전 몇 가족이 모인 후손 모임으로 시작했다. 2017년 그처럼 초청 행사를 통해 한국을 다녀온 후손 가정이 더 모였고, 다른 가족들도 모여 2019년 광복회 해외 지부 등록 요건인 24가정을 넘겨 공식 단체가 됐다. 2024년 8월 현재는 27가정이 모여 있으며, 샌프란시스코 지부 다음으로 미주 지역에서 큰 지회다. 하와이나 샌프란시스코처럼 미주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한 독립유공자들의 후손들보다는 한국에서 이민한 후손들이 대부분이다.

 

가족마다 다르지만, 이들의 이민사와 가족사에 조상들이 독립운동을 한 역사는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문 회장은 “전임 김은 회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타지(미국)에서 외롭게 혼자 사시다 사망하시는 것을 보면 늘 안타깝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어딘지 모르게 강인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국 땅에 와서 스스로 그 뿌리를 지키고, 우리 조상들이 어떤 분이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공식 단체로 등록되기 전 10여년 동안 사비를 들여 후손 모임을 끈질기게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체성에 큰 관심이 없던 그의 아들은 어머니를 따라 한국을 다녀온 뒤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3∙4대를 넘어 5대로 넘어가면서 현지 문화에 더 가까운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미국 땅에서 조상들의 고국을 위한 헌신을 기억해줄지, 어떻게 기억하게 만들지가 그의 요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숙제다. 그는 젊은 후손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조상들에 대한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