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기 정부를 출범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중국과의 정상 외교에 공을 들이면서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참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올해 연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일대일로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11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시 주석을 수도 브라질리아로 국빈 초청할 계획이라며 중국과의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19일 상파울루주에서 열린 투자 발표 행사에서도 “브라질은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저는 에이펙 정상회의에 참석하려고 한다”며 “그곳에서 중국 정부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에이펙 정상회의는 G20 정상회의 직전 페루 리마에서 개최된다.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회원이기도 한 브라질은 중남미 주요국 중 중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3개월 만에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 및 양국 교역 시 위안회 결제 등에 합의하기도 했다.
일대일로 사업을 중남미로 확대하며 미국에 대한 견제를 노리는 중국 입장에서도 브라질은 좋은 파트너다. 실제 중국 기업들은 상파울루를 중심으로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등 영향력을 키우는 상황이라고 현지 일간 G1이 보도했다.
과거 2003∼2010년 재임 시절 실리 외교를 추구한 룰라는 이번에도 “우리는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지길 원한다”며 중국과의 관계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미국과 다투기 위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중국만큼 미국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또 내년 3월 일본을 찾아 정상회담을 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5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브라질리아를 찾은 것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일본·브라질 우호 교류의 해’(2025년)를 기념하기 위한 방문이기도 하다.
양국 정상은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과 일본 경제 관계 강화를 비롯해 탈탄소 분야 협력 심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내달 말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일본에서 총리가 바뀔 경우 외교일정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한국과 브라질 간 단독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국제회의에서 짧게 면담한 것을 제외하면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 당시 브라질리아에서 지우마 호세프 당시 브라질 대통령과 가진 게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