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술이다… “가벼운 음주도 암 사망률 높인다” [수민이가 놀랐어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모(61)씨는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반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즐긴다. 가볍게 마시는 술 한 두잔은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과연그럴까. 매일 반복되는 음주는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 박씨 처럼 알코올 의존증 단계에 들어서면 알코올성 치매, 당뇨병, 고혈압, 간 질환, 협심증, 뇌졸중 등의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가벼운 음주조차도 건강에 좋지 않을뿐더러 노년층의 암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뉴시스

스페인 마드리드 자치대학교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JAMA) 네트워크 오픈’ 8월호에서 가벼운 또는 중간 정도의 음주를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60세 이상의 성인 13만 5103명을 12년 동안 추적했다. 하루 음주량에 따라 조사 대상자들을 최저위험군(일 알코올 소비량 2.86g 이하), 저위험군(남성 2.86g~20g, 여성 2.86g~10g), 중위험군(남성 20g~40g, 여성 10g~20g), 고위험군(남성 40g 이상, 여성 20g 이상)의 4개 그룹으로 나눴다.

 

최저위험군은 하루에 알코올을 2.86g 이하를 섭취한다. 와인 4분의 1잔을 마시는 정도다. 고위험군 남성의 경우 하루 알코올 40g을 마신다. 생맥주 2잔 정도다. 그리고 이들이 암이나 심혈관질환, 또는 원인에 관계 없이 사망할 위험을 분석했다.

 

서울의 한 식당 주류 냉장고에 소주와 맥주 등이 채워져 있다. 뉴스1

그 결과 고위험 음주자로 분류된 사람들은 최저위험군과 비교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33% 더 높았다. 중간위험군은 최저위험군 대비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0%,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5% 더 높았다. 저위험군 조차도 최저위험군에 비해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1% 더 높았다.

 

다만, 이번 실험에서 주로 와인을 소량으로 마시고 식사와 함께 마시는 것은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르톨라 교수는 정확한 원인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이러한 위험의 감소는 알코올 흡수가 느려지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 사람들이 선택한 다른 건강한 생활 방식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음식점 앞에 빈병이 쌓여있다. 뉴시스

국내에서도 음주가 암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남성 283만 명을 10년 넘게 추적 관찰했다. 이들 가운데 암을 얻은 18만 9000여 명에 대해 음주와 암 발생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결과는 매일 한 잔 정도 마시는 음주자의 경우 암 발생 위험이 3% 높아졌다. 하루 두 세잔은 6%, 다섯 잔 이상은 33%까지 치솟았다.

 

술을 가볍게 마시는 사람은 구강이나 인·후두, 식도, 위장에 암이 잘 생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음하는 사람은 간이나 췌장, 폐에서 암이 주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