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中 통제와 억제… 어느 선까지 맞장구쳐 줘야 하나

로빈 니블렛의 신냉전/ 로빈 니블렛/ 조민호 옮김/ 매일경제신문사/ 2만원

 

“국가 안보를 의지하고 있는 미국과, 경제 성장을 의지하고 있는 중국 사이의 신냉전 국면에서 과연 어떤 태도와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이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으로 시작된 신냉전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유럽과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 질문을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통제와 억제에 어느 선까지 맞장구쳐 줘야 할 것인가?”

로빈 니블렛/ 조민호 옮김/ 매일경제신문사/ 2만원

세계적인 국제정세 전문가로 꼽히는 저자는 신간 ‘로빈 니블렛의 신냉전’에서 이 같은 도발적 질문을 던진 뒤 신냉전 상황의 현실과 세계 각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선 미국과 지경학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된 중국이 이데올로기적 대립각도 날카롭게 세우면서 신냉전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신냉전은 급격히 심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우리는 신냉전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는 초기 단계에 있다. 2022년 2월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성급한 결정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고, 시진핑 주석이 침공 직전 맺은 양국 우호 관계에 제한이 없다는 협약을 충실히 따르자,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갈등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한몸이 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 및 태평양 동맹국들은 반대 세력으로 결속했다.”

저자는 신냉전의 파고를 넘어서기 위해서 △다 잘될 거라는 식의 섣부른 자기충족적 예언을 하지 말 것 △자유민주주의로 뭉칠 것 △평화로운 경제 경쟁구조를 구축할 것 △각국의 군비 통제를 위해 노력할 것 △남반구 국가(글로벌 사우스)와 협력할 것 등의 다섯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냉전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국제적 위기 대처에 더 이상 G7으로는 부족하다며, 중국의 팽창을 억지하기 위해서 세계 1위의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국인 한국과 원자재 강국인 호주를 포함한 G9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루빨리 한국과 호주를 끌어안아 G7을 G9으로 확대해야 미국과 동맹국이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동반자 관계로부터 위협을 받는 주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 기술력과 집단적 경제 안보를 조율하고 강화하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한국과 호주의 참여로 G7이 G9으로 확대되면 탄소 시대 말기 에너지 안보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녹색 시대 초기 재생 에너지 전환을 중국에 의존한 유럽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구체적인 한국의 전략과 관련해선, 미국과 안보동맹을 강화하되 중국과 제한적이지만 건설적인 경제관계를 이어가라고 제안한다. 즉, 한국이 중국을 규제하는 G7과 동조해 중국의 거센 반발을 받고 있지만 같은 민주주의 진영으로서 다른 선택은 없다면서도 첨단 기술 분야를 제외하고 중국과 무역 및 투자를 유지해도 괜찮다고 조언한다.

한국은 소련과의 어려운 관계 때문에라도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저자는 한국의 관점에서 정작 관리하기 어려워진 쪽은 러시아라며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은 중국과 제한적인 건설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