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매국” “정치 선동” 공방… 결국 ‘두 쪽’ 난 광복절 [제79주년 광복절]

광복회·野 따로 광복절 행사

“피로 쓴 역사 혀로 덮을 순 없어”
이종찬 광복회장, 기념사서 강조
우원식 의장도 정부 행사 불참
강원서도 ‘건국절 논쟁’에 파행

한동훈, 우 의장·이 회장 불참에
“나라 갈라져 보이게 해 부적절”

‘뉴라이트 성향 의혹’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촉발된 윤석열정부 역사관 논란에 제79주년 8·15 광복절이 끝내 ‘두 쪽’ 났다. 김 관장 사퇴 요구에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자 이에 반발한 광복회 등 독립운동 관련 단체가 정부 주관 경축식에 불참하고 별도 행사를 진행하면서다.

제79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시민들이 대형 태극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절에 정부 주관 행사와 독립운동단체 행사가 따로 열린 건 1965년 광복회 창설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이자 3부 요인인 우원식 국회의장도 정부 경축식에 불참했다. 정부 행사 대신 광복회 행사를 찾은 야당 인사들은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친일 매국 정권”이라며 공세를 쏟아냈고, 여당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선동을 중단하라”고 맞섰다.

광복회 등 56개 독립운동 단체가 포함된 독립운동단체연합은 15일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79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열었다. 같은 시각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선 정부 주관 행사가 진행됐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날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념사를 통해 “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이 자리에서 광복회만의 행사로 치르고 있다”며 “진실에 대한 왜곡과 저열한 역사의식이 판치며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독립운동가 후손이 모여 독립정신을 선양하고자 하는 광복회는 결코 이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 광복회장은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며 “망령처럼 살아나는 친일사관을 뿌리 뽑아야 한다.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건국절을 들먹이는 이들이 보수를 참칭하고 있다”고 했다.

 

제79주년 광복절 행사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역사관을 둘러싼 충돌 끝에 결국 두 쪽으로 나뉜 채 치러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태극기를 흔들고 있고, 이종찬 광복회장(오른쪽)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광복회가 별도로 주최한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일부 참석자들은 행사 중 “타도 윤석열”을 외치기도 했다. 특히 김갑년 광복회 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십시오”라고 말하자 청중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정부 주관 경축식에 불참한 우 의장은 이날 이 광복회장·백범 김구 증손인 민주당 김용만 의원 등 독립운동가 후손과 오찬을 진행했다. 우 의장은 독립운동가 김한의 외손자다.

우원식 국회의장(왼쪽)과 이종찬 광복회장이 15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기념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정권은 역사의 전진을 역행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의 민생에는 ‘거부권’을 남발하면서 일본의 역사 세탁에는 앞장서 ‘퍼주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을 향해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냐, 아니면 조선총독부 제10대 총독이냐”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정부 주관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불참한 우 의장과 이 광복회장에 대해 “이견이 있으면 여기서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 불참하면서 나라가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 너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특정 단체가 인사 불만을 핑계로 빠졌다고 해서 광복절 행사가 훼손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있지도 않은 정부의 건국절 계획을 철회하라는 억지 주장 같은 것에도 엄정히 대응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강원 지역 광복절 경축식은 ‘건국절 논쟁’으로 파행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