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출근할 수밖에 없어요.”
경북 안동의 한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A씨가 코와 입을 가린 마스크를 매만지며 이같이 말했다. 차트를 살피며 바쁘게 움직이던 A씨의 안색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틀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흘 전부터 A씨는 체온이 38.5도까지 오르고 인후통에 마른기침을 했다. 냉방병인 줄 알았지만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에서 ‘두 줄’을 확인했다.
그러나 A씨는 확진 이후 하루도 쉬지 못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돌봐야 할 환자가 늘어나 팀원 모두가 바쁜 상황에서 연차를 내기 눈치가 보여서다. A씨는 “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프지만 방법이 없다”면서 “무엇보다 병원은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인데 혹시 나 때문에 동료나 환자가 감염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지난해 8월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되면서 격리 의무가 사라져 그간 확진자는 원칙적으로 정상 출근해야 했다. 의료 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도 예외는 없었다. 이 때문에 병원 내에선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숨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구의 병원 간호사 B씨는 “간호사 10여명이 같은 시간대에 근무하는데 기침 소리는 많이 들리지만 감염됐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면서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감염 사실을 알리는 순간 ‘죄인’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질병청은 심상치 않은 확산세에 회사 등에서 구성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우 병가 등을 제공해 줄 것을 이날 권고했다. 게다가 확진자는 늘어나지만 코로나19 치료제 수급은 불안정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실이 질병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이달 1주 차 기준 치료제 신청량은 19만8000명분이지만 공급량은 3만3000명분(16.7%)에 그쳤다. 질병청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추가 구매를 추진하고 있고 이달 말까지는 전체 약국에 여유분을 고려한 치료제 물량이 공급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