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쟁점 민생 법안 합의 처리 분위기가 형성된 8월 국회에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김건희, 윤석열은 살인자’ 발언이 암초로 등장했다. 여당이 사과를 요구하며 법적 대응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야당은 국민권익위원회 국장 죽음에 대한 전 의원 책임을 지적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을 제명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여야는 일단 ‘법안 처리와는 별개 문제’라며 선을 그었지만 지난달 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정신 나간 국민의힘’ 발언이 본회의 파행을 빚어냈던 것처럼 8월 국회 마비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전 의원 발언을 묵과할 수 없다는 태도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15일 논평에서 “민주당은 뇌피셜(객관적 근거 없는 추측)에 근거해 일방적으로 대통령 부부를 비난했다”며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은 막말에 책임을 묻고 대통령 부부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전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권익위 간부 사망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종결 처리와 연관됐다며 “김건희, 윤석열이 죽인 것”이라고 주장하자 소속 의원 108명 전원 명의로 전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한 국민의힘은 법적 대응 등 추가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 주변 인사들이 대장동 사건 등 각종 의혹 수사 과정에서 사망한 사실을 끌어들이며 역공 수위를 높였다.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출신 강명구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표는 ‘다섯명의 살인자’인가”라며 “(전 의원에 대해) 끝까지,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김 여사 이름만 나오면 염치를 망각한다”며 재반격에 나섰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송 의원이 전 의원을 향해 ‘본인부터 반성하라. 그분 죽음에 본인은 죄가 없나’라고 한 사실을 두고 “막말 더티 플레이”라며 송 의원 제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변인은 “진짜 죄가 있는 사람은 고인에게 외압을 행사한 권익위 수뇌부와 그 수뇌부에 외압을 지시한 사람”이라며 “고인의 죽음을 정쟁에 활용하고 동료의원을 모욕한 송 의원과 염치도 모르고 전 의원 제명을 추진한 국민의힘은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여야가 이 문제로 다시 강대강 대치 국면을 형성하면서 모처럼 형성된 협치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에 사과 촉구도 하고 (전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도 냈으니 민주당의 대응 상황을 한 번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양당은 비난의 화살을 서로에게 겨누면서도 시급한 민생 현안은 챙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 보인다. 국민의힘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제2연평해전에서 순직한 한상국 상사의 부인이 매주 군인사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회 앞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국회 개원 두 달이 넘도록 온갖 특검법과 탄핵안 처리, 그리고 각종 청문회 개최에 밀려 정작 보훈 법안은 뒷전에 밀려나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평해전 영웅의 아내가 국회 앞에서 땀 흘리는 게 아니라 생업에 종사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8월 국회에서 법안을 신속히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 역시 “(전 의원 발언을) 오히려 정쟁으로 몰아가려고 하는 게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아니냐”면서도 “이와는 별개로 여당과 합의할 수 있는 민생 법안은 처리를 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22대 국회가 정쟁으로 일관하다 어렵사리 간호법 등 합의 처리의 실마리를 찾은 만큼 정쟁과 민생 법안 처리를 분리 대응하는 ‘투 트랙’ 기조까지는 훼손하지 말자는 것이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SBS 라디오에서 “국회에서 너무 과한 표현이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당의) 제명(추진)도 과하다”고 밝히는 등 야당 내에서도 상호 자제를 촉구하는 발언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