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600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 칙술루브(Chicxulub)에 충돌해 공룡 등 지구 생명체 60%를 멸종시킨 천체는 목성 너머에서 날아온 탄소질 소행성(carbonaceous-type asteroid)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쾰른대 마리오 피셔-괴데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16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6천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 당시 지층과 그전에 발생한 소행성 충돌구 물질, 운석 등의 동위원소를 분석, 칙술루브 충돌체가 목성 밖에서 날아온 탄소질 소행성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대멸종 사건에는 거대한 소행성이 멕시코 유카탄반도 칙술루브에 충돌한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충돌체가 어디에서 만들어진 어떤 성분의 소행성인지 등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 세계의 K-Pg 경계 지층에는 지구에는 드물지만, 운석에는 흔한 이리듐과 루테늄, 오스뮴, 로듐, 백금, 팔라듐 같은 백금족 원소(PGE)가 많아 당시 소행성이 충돌해 발생한 먼지 등 낙진이 전 세계로 퍼진 것으로 추정돼 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K-Pg 경계층에서 채취한 표본의 루테늄(Ru) 동위원소 비율 등을 분석하고, 이를 5억4천100만년 간 발생한 소행성 충돌구 5곳의 표본, 35억~32억년 전 시생대 충돌층 표본, 탄소질 운석 2개 표본 등의 분석 결과와 비교했다.
그 결과 K-Pg 경계층에서 나온 표본의 루테늄 동위원소 비율은 지구나 다른 운석 유형이 아닌 탄소질 콘드라이트(CC) 운석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칙술루브에 충돌한 천체가 목성 밖 외부 태양계에서 만들어진 탄소질 소행성(C-type asteroid)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며 또한 이 충돌체가 혜성일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표본 분석에서는 35억~32억년 전 시생대 충돌층의 동위원소 비율만 탄소질 운석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구 형성 마지막 단계에 외부 태양계에서 날아온 소행성 등이 충돌하는 사건으로 지층이 형성됐음을 시사한다.
4억7천만년~3억6천만년 전 발생한 5차례의 소행성 충돌로 만들어진 충돌구에서 채취한 표본의 루테늄 동위원소 비율은 화성 및 소행성대 등 내부 태양계에서 만들어진 규소질 소행성(siliceous-type asteroid)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공룡 등 지구 생물종 60%를 멸종시킨 칙술루브 충돌체가 목성 밖 외부 태양계에서 만들어진 탄소질 소행성이라는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이 결과는 칙술루브 충돌체의 본질에 대한 오랜 논쟁을 해결하고 지구의 역사 및 지구와 충돌한 외계 암석에 대한 이해를 재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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