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는데" 경찰 제지에 되밀친 시민, 대법원서 무죄 뒤집혀

공무집행방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경찰관이 자신을 제지하며 밀치자 이를 되밀친 시민이 대법원에서 공무집행방해죄 혐의가 무죄에서 유죄 취지로 뒤집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깨고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대법원은 “위법성 조각사유(물리치는 이유)의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 형법 16조의 ‘정당한 이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사유를 밝혔다.

 

A씨는 2022년 6월 25일 0시쯤 서울 용산구의 한 파출소 앞에서 B 경위의 몸을 4차례 밀쳐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경찰이 택시 승차 거부 사건을 접수하지 않는다며 다른 순경에게 몸통을 들이밀며 항의했다. A씨는 이를 본 B 경위가 자신을 밀며 제지하자 “왜 미는데, XX”이라고 욕설을 하며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2심은 A 씨가 해당 택시가 이미 예약된 상태였다는 경찰관의 설명을 들은 뒤에도 고성으로 항의하며 계속 다가간 점을 종합했을 때 경찰관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러나 A씨로서는 B 경위가 자신을 제지한 것을 위법한 경찰권 남용으로 오인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이 오인의 ‘정당한 사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채 무죄 판단을 했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B 경위의 직무집행 적법성에 대한 피고인의 주관적인 법적 평가가 잘못됐을 여지가 있을 뿐”이라며 “피고인의 행위는 술에 취했거나 항의하며 스스로 흥분하게 된 점과도 무관하지 않아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원심처럼 B 경위의 제지 행위가 위법하다고 오인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더라도, 이는 A 씨가 최초로 밀친 행위만 정당화할 근거일 뿐, 이후 유형력까지 정당화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