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어 경북 안동·청도서도 ‘박정희 동상’ 또 건립…엇갈린 평가 속 논란 계속

대구시가 독자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에 나서자, 경북 안동시와 청도군에서도 민간단체가 나서 성금을 모아 동상을 세우겠다고 밝혀 동상을 둘러싼 지역 내 찬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 내에서는 이런 갈등이 박 전 대통령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로 엇갈리지만 동상 건립 과정에 있어 공론화 과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오전 동대구역 앞에서 열린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표지판 제막을 하고 있다. 

17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연말까지 대구 대표 관문인 동대구역 앞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건립하기에 앞서 ‘박정희 광장’ 글자가 적힌 5m 높이의 표지판을 설치했다. 표지판을 세움으로써 공식적인 명칭을 ‘박정희 광장’으로 변경했다. 표지판은 폭 0.8m, 높이 5m 크기며 글씨에 박 전 대통령 친필 서체를 적용했다. 시는 1960년대 근대화의 시발점이 된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내년에 남구 대명동에 건립하는 대구대표도서관 앞에도 박정희 공원을 조성하고 박정희 동상을 설치하기로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역사의 인물에 대한 공과는 언제나 있는 법이기에 과만 들추지 말고 공도 우리가 기념해야 할 부분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일제히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홍 시장이 불법 무단으로 설치한 박정희 광장 표지석 철거를 위해 법률 검토를 거쳐 고발조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홍 시장이 친일 부역자 박정희 우상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구를 보수 수구 도시로 전락시키는 박정희 우상화 사업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14일 동대구역 앞에서 열린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 표지판과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에 이어 경북도청 앞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 생일인 11월 14일에 동상이 들어선다.

 

경북도는 최근 박정희대통령동상건립추진위원회가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경북도청 바로 앞 정원인 '천년숲정원'에 박정희 동상 건립을 요청해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역 출신의 전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차원"이라며 "전남도청 앞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 동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상은 약 10m 높이로 앞면 하단에는 '민족중흥의 위대한 총설계사 박정희(1917∼1979)'라는 문구와 뒷면 하단에는 박 전 대통령의 생전 어록이 들어가게 된다. 동상 건립 비용은 국민 성금 모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김형기 박정희대통령동상건립추진위 추진 단장은 "국민 성금으로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면 박정희 정신을 후세대에 계승하고 전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연합뉴스

이에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도민 공감대 형성과 여론 수렴이 선행되어야 하는데도 경북도는 일방적인 우상화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청도군도 지난달 30일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공원에서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을 위한 청도지역 추진본부’를 출범시켰다. 김하수 청도군수는 “새마을운동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조국 근대화의 초석"이라며 "앞으로 세계 속 새마을을 위해 새마을세계화 사업을 확대 추진해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정희 동상은 경북 구미 박정희 생가 앞 전신상을 포함해 전국 6곳에 있다. 대구에는 박 전 대통령이 졸업한 경북대학교 사범대(옛 대구사범학교)에 흉상 부조가 있었지만 2021년 건물이 철거되면서 함께 사라졌다.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는 “동상을 추가한다면 시민들과 충분히 위치나 규모 등을 숙고해 결정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