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성형 수술 부작용으로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늑장 치료로 후각이 상실됐다며 2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낸 환자가 패소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강신영 판사는 환자 A씨가 B대학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치료를 지연하는 등 의료상 과실이 병원 측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11월 코 안 염증과 분비물 배출 증상을 호소하며 B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A씨는 ‘수술 후 감염’ 진단을 받았다. 과거 한 차례 코 성형을 한 A씨는 2013년 11월 또다른 병원에서 보형물 교체 수술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해당 부위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A씨에게는 일반적인 항생제로는 치료할 수 없어 ‘슈퍼 박테리아’로 불리는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등 세균이 다량으로 확인됐다.
B대학병원 의사는 A씨에게 치료를 위해선 코 보형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권유했지만 A씨는 거절했다. A씨는 이후 B병원 성형외과나 응급실를 몇 차례 다시 내원했지만 그때마다 보형물 제거 수술은 거부했다.
A씨는 진단 두 달 후인 이듬해 2월 결국 수술을 결정하고 3월 하순에 제거 수술을 받았다. MRSA 치료를 위한 항생제 반코마이신도 이때 투여받았다.
그러나 A씨는 5월부터 후각에 이상을 호소했고, 증상이 악화돼 영구적인 후각 손실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병원이 MRSA 감염 확인 즉시 반코마이신을 투여하지 않아 후각소실이 초래됐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료기관 감정 결과 즉시 반코마이신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부적절한 의료행위라 할 수는 없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종전 수술 후 만성적으로 농이 나오는 상황에서 보형물에는 혈류가 도달하지 못해 항생제 치료만으로는 감염이 호전될 가능성이 작았다”면서 “근본적 치료 방법인 보형물 제거를 거부한 채 스스로 판단에 따라 치료방법을 임의로 선택하고자 하며 불규칙하게 내원하는 A씨에게 반코마이신 투여를 기대하는 것은 약제의 특성이나 내성균 출현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반코마이신 지연 투여를 의료상 과실로 본다고 하더라도 후각소실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해부학적으로 감염부위와 후각신경 분포는 상당한 거리가 있고, MRSA가 감염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