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치권의 거물 탁신 친나왓(75)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38)이 16일 새 태국 총리로 선출됐다. 친나왓 가문에서 배출된 4번째 총리다.
패통탄은 이날 하원의 총리 선출 투표에서 프아타이당이 이끄는 연립정부 참여 정당 단독 후보로 지명, 51%의 득표율을 얻어 지난 14일 헌법재판소 해임 결정으로 물러난 세타 타위신 총리에 이어 제31대 태국 총리에 오르게 됐다.
패통탄은 태국 최연소 총리이자 두 번째 여성 총리이며, 패통탄의 아버지인 탁신 친나왓(2001∼2006년 재임)과 고모인 잉락 친나왓(2011∼2014년 재임), 고모부 솜차이 웡사왓(2008년)에 이어 친나왓 가문에서 탄생한 4번째 총리다.
패통탄은 아버지의 후광을 이어받아 2021년 정계에 입문한 정치 신인이다. 탁신 전 총리는 2006년 군부 쿠데타로 물러났지만 여전히 태국 정치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꼽힌다. 탁신은 축출된 후 부패 혐의 등으로 기소돼 15년간 해외 망명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탁신계 정당인 프아타이당이 집권하자 귀국했다.
패통탄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프아타이당을 진두지휘하며 존재감을 확보, 같은해 10월 당대표 자리에 올랐다. 임신 중에도 열렬한 유세 활동을 펼치고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는 화상으로라도 각종 집회에 등장하는 열성을 보였다.
아직 정치적 기반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패통탄을 향한 우려의 시선도 이어진다. 패통탄은 친나왓 가문이 운영하는 ‘렌데 호텔’ 그룹의 부사장 등 사업가로 일해왔으며, 정부와 관련해서는 자문 활동 외에 경력이 전무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만이 패통탄을 ‘총리로 지지한다’고 답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패통탄의 최우선 과제는 태국이 겪고 있는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경기 침체를 해소하는 것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왕실모독죄 개정과 군부 영향력 축소 등의 개혁적 공약을 앞세워 원내 1당에 올랐던 전진당을 헌법재판소가 ‘왕실모독죄 개정은 체제 전복 시도’라며 지난 7일 강제 해산하고, 일주일 후에는 과거 뇌물 혐의로 처벌받은 인물을 장관으로 기용하는 ‘위헌 인사’를 했다는 이유로 세타 총리를 해임하면서 정국이 혼란에 빠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