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박정희’ 영문표기 오류 논란에 재논의…홍준표 “의아했다”

홍준표 “잘못된 표기 그대로 따를 필요 있나”
대구시 “표지판에 사용된 표기에는 문제없다”

최근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한 박정희 광장 표지판에 박 전 대통령의 영문명이 과거부터 사용되어온 것과 다른 방식으로 표기돼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대구시가 재논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힌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은 의아함을 표했다.

지난 14일 오전 동대구역 앞에서 열린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표지판 제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시에 따르면 지난 14일 제막식을 가진 표지판에는 박 전 대통령의 영문명 가운데 ‘정’이 'JEONG'로 표기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생전 영문 표기는 ‘CHUNG’이라며 대구시 현판의 표기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이 나왔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역대 대통령 자료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문명은 ‘Park Chung-hee’로 표기돼 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 역대 대통령 자료에 적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문명은 ‘Park Chung-hee’로 표기돼 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 갈무리

시는 이와 관련해 “현재 영문표기의 원칙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정’자에 대한 정확한 발음 표기는 ‘JEONG’여서 표지판에 사용된 표기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유명사인 대구(Taegu→Daegu)와 부산(Pusan→Busan)도 표기법 제정 이후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으로 수정해 사용 중이다”고 부연했다.

 

허준석 대구시 교통국장은 “(표지판은) 현재 모든 국어의 영문표기법에 적용되는 맞는 표기법을 사용해 문제가 없으며 과거에 그렇게 해왔다고 해서 잘못된 것을 그대로 사용하자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해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홍 시장은 이와 관련해 의아함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글에서 “박정희 광장 표지판에 새겨진 박정희 대통령의 영문 표기가 잘못됐다는 보도를 보고 좀 의아했다”며 “대구시는 박정희의 ‘정’자 표기를 ‘Jeong’(으)로 했는데 과거 박 대통령께서는 여권에 ‘Chung’(으)로 썼기 때문에 우리가 한 표기가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그러면서 “Chung은 ‘청’, 또는 ‘충’을 표기할 때 쓰는 것이고 ‘정’을 표기할 때는 Jeong을 쓰는 것이 맞는 표기법인데 굳이 잘못 사용된 표기를 정정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인명이나 지명을 영문으로 표기할 때는 따라야 할 규정이 있는데 우리(대구시)는 그 규정대로 표기한 것”이라며 “굳이 과거 잘못된 표기를 들어 거꾸로 옳은 표기를 잘못된 것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명이나 인명의 영문 표기가 잘못돼 도로표지판을 정정하는 사례가 종종 있지만, 옳은 표기를 그릇된 표기로 바꾸는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표지판 ‘정’자 수정 여부에 대해 “박정희기념사업위원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