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한 대학교가 최근 병원에서 소변 검사를 실시한 경우에 한해서만 생리공결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하자 대학가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 안산시 소재 사립 전문대인 서울예술대학교는 지난 12일 대학 홈페이지 공지사항란에 '2024-2학기 생리공결 출석 인정 안내사항'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공지는 생리공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소변검사를 받은 뒤 관련 사항이 기입된 진단서 또는 진료확인서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종전에는 생리통 증상에 대한 진단서 또는 진료확인서만 제출하면 생리공결을 사용할 수 있었으나, 대학 측은 일부 학생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학 측은 공지에서 "2022년 1학기 총학생회의 요청으로 진단서에 더해 진료확인서까지 생리공결의 증빙서류로 허용했으나 이후 사용이 급격히 증가했다"며 "2024년 1학기에는 전체 (결석) 출석 인정의 53.5%가 생리공결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생리공결 사용을 위해선) 진단서 혹은 진료 확인서에 반드시 소변 검사를 실시했다는 문구가 기입돼야 한다"며 "사전에 소변 검사 실시 여부와 이를 진단서 혹은 진료확인서에 기입할 수 있는지 문의한 후 진료받기 바란다"고 했다.
대학 측은 인근에 위치하며 이 대학 협력기관이기도 한 특정 병원을 언급, 소변 검사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이 대학 내부 규정에 따르면 생리공결은 진료 일자에 해당하는 하루에 한해 낼 수 있으며, 학기 중 3회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재신청은 직전 신청 일자로부터 3주가 지나야 할 수 있다.
신청을 원하는 학생을 병원 방문일로부터 7일 이내에 대학 교무처에 방문해 관련 서류를 내야 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관련 게시글에 90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학 측 조치에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주변에 개인적인 일로 결석해도 생리공결을 쓰는 악용 사례가 실제 있었다", "이런 제도가 있어야 진짜 아픈 사람만 생리공결을 쓸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겠으니 공결을 내겠다는 것인데 병원까지 가서 소변검사를 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피가 섞인 소변을 제출해야 한다니 인권 침해다", "악용 사례에만 페널티를 줘서 막을 생각을 해야 한다" 등 반대 의견도 줄을 이었다.
현재 대학에서 시행하는 생리공결 제도와 관련해 증빙 기준 등 규정이 따로 마련돼있지는 않다.
생리공결제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2006년 3월부터 전국 초중고를 대상으로 도입했다.
같은 해 일부 대학들도 생리공결제 도입에 나섰으나, 대학의 경우 제도 도입이 권고사항일 뿐 의무는 아니다.
이 때문에 생리공결제가 마련돼 있지 않은 대학도 있으며, 구체적인 운영 방식 또한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서울예대 관계자는 16일 "관련 지침이 없어 대학 측에서 자체적으로 제도 악용 방지책을 고안한 것인데 이에 대해 학생들로부터 여러 가지 건의가 이어졌다"며 "소변검사로 생리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에 대해 의학적 접근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 측은 조만간 이번 조치를 조정하는 방안 등에 관해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