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좌파가 점찍은 차기 총리 후보자 만난다

엘리제궁 “대통령, 정당 지도자들과 회동”
NFP “총리 임명에서 우리 뜻 관철할 것”

7월 하원의원 총선거에서 원내 과반 정당이 출현하지 않아 교착 상태에 빠진 프랑스 정국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조만간 주요 정당 대표들과 만나 연립정부 구성을 논의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이 자리에는 과반 다수당은 아니지만 원내 1당인 좌파 연합 신인민전선(NFP)이 차기 총리 후보로 미는 루시 카스테트(37) 파리시 재무국장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그와 마크롱의 첫 회동에 이목이 쏠린다.

 

루시 카스테트 프랑스 파리시 재무국장. 7월 하원의원 총선거에서 프랑스 원내 1당으로 떠오른 좌파 연합 신인민전선(NFP)이 차기 총리 후보자로 점찍은 인물이다.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마크롱이 오는 23일 주요 정당 지도자들과의 회합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모임에서 논의될 핵심 의제는 차기 총리 임명과 새 정부 구성이다. 7월 총선에서 마크롱의 중도 집권당이 참패한 직후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사의를 밝혔고, 마크롱은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파리 올림픽 기간 동안에만 임시로 총리직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곧 물러날 과도정부가 일상적인 행정 업무만 처리하는 어정쩡한 상태로 국정이 운영되고 있다.

 

올림픽 종료 직후 NFP는 마크롱을 향해 “이제는 총리를 임명하고 새 정부를 구성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NFP가 원내 1당인 만큼 카스테트 국장이 총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 내에는 당장 2025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확정하려면 새 정부 구성이 필수적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지난 총선에서 NFP는 193석을 얻어 원내 1당으로 부상했다. 마크롱의 중도 집권당은 164석으로 2위에 그쳤고, 143석을 차지한 극우 성향 국민전선(RN)이 3위에 올랐다. 전체 577석의 과반(289석 이상)을 달성한 단일 세력은 없는 셈이다. 총리가 의회의 불신임을 피하며 안정적으로 정부를 이끌려면 의원 과반의 지지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엘리제궁은 마크롱이 제안한 정당 지도자들 회합에 관해 “모든 정치 지도자들은 책임감을 갖고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받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지도자들 간 협의를 통해 가장 광범위하고 안정적인 다수를 형성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일련의 협의를 거쳐 결론이 내려지면 그에 따라 총리를 임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의 대의에 공감하는 정당들과 연대해 의원 과반의 지지를 받는 연정을 꾸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남부 프로방스 지방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관련 기념행사 도중 2개의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마크롱은 RN과 연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 확고하다. 또 NFP를 구성하는 여러 분파들 가운데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등과는 연정이 가능하지만 극좌파로 분류되는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와는 함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결국 마크롱의 의도가 먹히려면 NFP가 분열돼야 한다는 얘기인데, 좌파 정치인들은 현재로선 “마크롱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단결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마크롱이 뭐라고 하든 NFP는 우리가 선정한 카스테트 국장의 총리 임명을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마크롱도 카스테트 국장의 총리 기용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마크롱의 한 측근은 AFP 통신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은 카스테트 국장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