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일 미국 연방 하원의원 총선거에서 당선되며 혜성처럼 등장한 젊은 정치인이 거짓말 때문에 의원직에서 제명되더니 형사처벌 위기로 내몰렸다. 연방 검찰에 의해 사기 등 23건의 혐의로 기소된 그는 최장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17일(현지시간) CBS에 따르면 조지 산토스(36)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오는 19일 뉴욕 법원에 출석해 혐의를 인정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산토스는 지난해 기소 당시에만 해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023년 1월 뉴욕주(州) 롱아일랜드 지역구를 대표하는 초선 의원으로 연방 하원에 등원한 그는 경력을 속이는 등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 그해 12월 의원직을 상실했다.
미 하원 역사상 의원직 제명 사례는 산토스를 포함해 총 6명뿐이다. 2002년 이후 20여년 동안 하원에서 제명된 전직 의원은 산토스가 유일하다.
브라질 이민자인 산토스는 선거운동 당시 “뉴욕 명문 바루크 칼리지를 졸업하고 월가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에서 일했다”고 이력을 소개했다. 하지만 대학을 다닌 적도, 금융사에 입사한 적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조부모가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나치 독일의 탄압을 피해 브라질로 망명한 유대인”이라고 집안의 내력을 밝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에 근무하다 2001년 9·11 테러 때 희생됐다”고 털어놓은 것 역시 거짓말로 판명 났다. 그는 “동물 구조 단체를 운영한다”는 말로 반려동물 애호가들의 환심을 샀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이웃의 아픈 반려견 치료에 쓰겠다”며 온라인 모금을 해 돈을 챙긴 뒤 개인 신용카드 대금 결제, 보톡스 시술, 여행 등 사적 용도에 사용했다.
흙수저 출신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한 산토스의 인생 스토리에 감동을 받아 한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은 극도의 배신감에 사로잡혔다. 지역구 주민의 70%가 그의 사임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동료인 공화당 의원들조차 기자회견을 열고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놓을 것을 권했다. 어느 전직 공화당 하원의원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의회에 거짓말쟁이가 설 곳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토스는 당선 후 1년 가까이 버티다가 그의 범죄 혐의와 윤리 위반 사실을 적시한 보고서가 하원에 제출된 직후에야 제명 처분 형식으로 의회를 떠났다.
뉴욕 법원은 오는 9월 산토스를 상대로 정식 재판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법원은 지난 13일 공판 준비 기일을 열었으며 산토스도 직접 출석해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CBS는 “산토스가 자신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면서도 “총 23개에 달하는 혐의 전부를 인정할지, 일부만 인정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재판부가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는 경우 산토스는 최장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