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은 장르적 특성상 드라마 못지않게 노래(넘버)와 음악도 매우 중요하다. 노래와 음악 수준에 따라 뮤지컬 작품의 인기와 생명력이 좌우되기도 한다. 심금을 울리거나 경쾌한 멜로디로 관객 귀에 확 꽂히는 노래를 많이 장착한 작품일수록 오랫동안 사랑받는 명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많은 관객이 찾는 대극장 뮤지컬들만 봐도 노래와 음악의 힘이 크다.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하데스타운’이 대표적이다. 그야말로 성스루 뮤지컬(대사 없이 노래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뮤지컬)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는 수작이다.
‘그녈 안으면 세상을 안은 것 같아/ 세상이 내 품으로 들어온 듯/ 그 느낌 말로 설명할 수 없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노랠 시작했지/ 랄랄라 랄랄랄라/ 랄랄라 랄랄랄라’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또 다른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 역시 주인공 벨마 켈리가 부르는 첫 곡 ‘올 댓 재즈’부터 강렬하다.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여가수 벨마와 코러스 걸 록시 하트가 살인죄로 수감된 후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여성 죄수들이 살인 후일담을 전하는 ‘셀 블록 탱고’, 빌리 역 배우 최재림의 복화술로 유명한 악덕 변호사 빌리가 부르는 ‘위 보스 리치드 포 더 건’, 벨마와 록시가 함께 부르는 마지막 곡 ‘핫 허니 래그’ 등도 인기가 많다. 여기에 빅밴드 재즈 음악과 전설적 뮤지컬 안무가·연출가 밥 포시의 매혹적인 춤이 공연장을 달군다. ‘시카고’가 토니상 6관왕(1997년)을 차지하고, 2000년 국내 초연 후 이번 17번째 시즌까지 154만 관객을 끌어모은 비결이다. 9월29일까지 공연.
대형 창작 뮤지컬 ‘영웅’과 ‘프랑켄슈타인’도 음악적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지 100주년인 2009년 10월26일 초연한 ‘영웅’은 ‘장부가’와 ‘단지동맹’, ‘누가 죄인인가’,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등 관객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노래가 상당하다. 지난해 9번째 시즌 때 한국 창작 뮤지컬 사상 ‘명성황후’에 이어 두 번째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15주년을 맞아 최근 서울·수원 공연을 마치고 부산과 울산, 안동, 대구 등에서 순회공연을 이어간다.
영국 작가 메리 셸리(1797∼1851)의 인기 동명 소설을 각색한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괴물)이 각각 부르는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후회’와 ‘너의 꿈 속에서’, ‘난 괴물’ 등 웅장한 음악이 관객을 매료시킨다. 2014년 초연 당시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상과 연출상, 음악감독상 등 9개 부문을 휩쓸었다. 5번째 시즌인 올해 공연은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2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