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모여 3국 안보 협력 강화를 다짐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이를 기념해 세 정상이 어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한반도 안보를 위해 한·미·일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비록 미·일 양국의 리더십 교체가 예고돼 있으나 윤석열정부는 그와 상관없이 3국 안보 협력의 지속에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3국 공동성명은 철통같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들어 “공동의 비전에 대한 연대를 이어 나가면서 세계의 가장 거대한 도전들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캠프데이비드 선언 이후 한·미·일은 3국이 함께 참여하는 다영역 군사훈련 ‘프리덤 에지’ 실시에 나섰다. 새로운 한·미·일 안보 협력 프레임워크에 서명했으며, 북한의 사이버 범죄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맞서기 위한 3국 실무그룹 회의도 열었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적 결속을 강화하고 중국이 한국 안보와 직결된 대만해협 안정을 지속해서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3국 안보 협력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낮은 지지율을 고민해 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다음 달 퇴임할 예정이다. 최근 재선 도전을 포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임기가 내년 1월까지로 얼마 안 남았다. 캠프데이비드 선언의 세 주역 중 윤석열 대통령만 남는 것이다. 특히 11월 미국 대선에선 누가 당선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는 경우 한·미동맹은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양국 간에 진행 중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악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윤석열정부는 미·일의 리더십 교체에도 3국 안보 협력의 기조는 이어져야 한다는 전제 아래 여러 불확실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어제 대통령실은 연내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시기를 못 박을 순 없지만 10월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나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3국 정상이 함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외교·안보 당국은 반드시 정상회의를 성사시켜 어렵게 구축한 한·미·일 안보 협력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총동원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