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니까 무조건 신청?”…묻지마 청약했다간 ‘낭패’ [미드나잇 이슈]

분상제 적용 단지와 후순위 모집서 ‘청약 광풍’
단기간 현금 동원력 없이 신청하면 불이익 볼 수도

최근 서울을 비롯한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 청약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인근 시세보다 월등히 저렴한 분양가상한제 단지나 몇년 전의 분양가로 미계약 물량이 풀리는 무순위 청약 등 일단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곳이라 언론에서도 해당 단지들을 ‘로또 청약’이라고 소개한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신청 안 하면 손해”라느니, “로또는 1장에 1000원이지만, 로또 청약은 따로 돈도 안 든다”며 청약 신청을 부추기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진행된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의 미계약 물량 1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294만4780명이 신청했다. 역대 최고 경쟁률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이고, 단기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며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2017년 분양 당시 가격인 4억8200만원의 분양가가 책정됐는데, 동일면적의 주변 단지 시세가 14∼15억원에 형성돼 있다. ’10억원 로또’인 셈이다.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3가구 공급에 101만3456명이 몰렸다. 전용 132㎡의 경우 2020년 분양 당시 가격 그대로 22억6000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올초 인근 단지의 같은 면적이 49억원에 팔렸다. 

지난 7월 29일, ‘래미안 원펜타스’를 비롯한 ‘로또 청약’ 단지의 청약 접수 진행 당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의 모습. 청약홈 홈페이지 캡처

무순위가 아닌 일반 청약이지만,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에도 ‘20억원 로또’로 불렸다. 

 

문제는 ‘로또 청약’ 대부분 자금계획 없이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보기 쉬운 구조라는 점이다.

 

청약에 당첨되면 당첨자 발표 직후 통상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내야 한다. 이후에는 2년 정도에 걸쳐 분양가의 절반가량을 중도금으로 분할 납부한 뒤 최종적으로 잔금을 치르는 식이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분양가 상한제 지역은 대출받기가 훨씬 까다롭다. 분양가 자체가 워낙 높은데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이 엄격한 강남 3구 등 투기과열지구의 경우에는 사실상 대출이 잘 나오지 않는다.

래미안 원펜타스. 뉴스1

무순위 청약의 경우 여기에 더해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하고, 계약 일정도 촉박하다. 계약금을 내고 빠르면 1∼2개월 안에 중도금을 건너뛰고 90% 잔금을 모두 납부해야 하는 사례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 단지는 입주 시작 때 2∼5년의 실거주 의무가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최근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되긴 했지만, 전세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치르는 것도 제한적이다. 

 

당첨을 포기하게 되면 불이익도 있다. 청약통장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가점도 모두 사라진다. 재당첨 제한도 있어서 최대 10년(규제지역)까지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잃게 된다. 본인은 물론 당첨 세대의 모든 구성원에게 해당된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무순위 청약도 재당첨 제한은 적용된다. 이미 납입한 계약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제외한 원금만 돌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