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이 제놀루션 연구소장 “꿀벌 사라지면 생태계도 위협”

토종벌이 사라지고 있다. 2010년부터 낭충봉아부패병이 아시아 전역에 창궐하면서 토종벌의 90% 이상이 사라졌다. ‘꿀벌 에이즈’라고 불리는 이 병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이 병에 걸린 유충은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녹아내려 죽게 된다.

 

낭충봉아부패병은 현재 진행형이다. 토종벌이 사라진 자리에는 서양벌이 대체되고 있다. 서양벌은 아직 낭충봉아부패병에 저항력이 강하지만, 언제든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유전자 치료제 전문기업 제놀루션은 지난달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 예방 및 치료제인 ‘허니가드-R’액의 품목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로 낭충봉아부패병 치료제를 개발은 김민이 연구소장의 노력이 컸다. 김 소장은 이달 7일 인터뷰를 통해 “리보핵산간섭(RNAi) 기술을 기반으로 낭충봉아부패병 치료제를 개발한 것은 세계 최초 사례”라며 “이 기술은 낭충봉아부패병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RNAi 기술에 대해 “염기서열을 분석해 특정 질병에 대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기술로 인체나 토양 등 환경에 부작용이 없다”며 “또한 염기서열을 분석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도 빠르게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허니가드 치료제 개발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소장은 “먼저 토종벌 유충을 통해 낭충봉아부패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리보핵산(RNA)을 발굴했다”며 “이후에는 야외 농가를 대상으로 실증실험을 진행했다”고 했다.

김 소장은 야외실증 실험을 할 때 대량의 RNA가 필요한데, 대량의 RNA 합성을 가능한 곳이 제놀루션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처음 진행한 낭충봉아부패병 치료 기술을 이어받아 치료제 개발까지 완수 가능했다.

 

김 소장은 “낭충봉아부패병의 경우 관련 연구가 많지 않아 어떻게 임상실험을 해야할 지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고 소회했다.

 

김 소장은 허니가드 치료제가 가져오는 생태계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소장은 “꿀벌은 식물의 번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100대 농작물 중 약 70%가 꿀벌의 수분으로 시작한다”며 “이번 치료제를 통해 토종벌 생태계가 복원되면 국내 토착 식물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민이 제놀루션 연구소장

이밖에 김 소장은 허니가드 투약 방법 등 사용법에 대해서도 말했다. 

 

김 소장은 “허니가드 치료제는 낭충봉아부패병 발병 이전에 예방적 효과가 더 좋다”며 “봄과 가을에 각각 2주 간격으로 3회를 투약한다. 즉, 1년에 총 6회 투약하는데 설탕물에 치료제를 타 벌통안에 넣으면 간단히 끝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소장은 화학 농약이 아닌 RN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그린바이오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 소장은 “바이러스와 곰팡이 등 새로운 질병은 농작물의 생산력을 급격히 저하시킨다”며 “이건 우리의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이자 생태계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제놀루션이 설립된 연도는 2006년이다. 제놀루션은 RNA를 추출하는 장비와 시약 개발하는 사업에 뛰어들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체 개발한 자동화 핵산추출기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