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최고위원 탈락과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른 국민권익위원장 출신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의 ‘약진’으로 끝난 전당대회 결과를 박수현 의원은 ‘시대정신의 반영’이라는 취지로 정리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박 의원은 1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전당대회의 특징은 당원들이 시대정신을 어떻게 보냐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실용 정당으로 가되, 윤석열 정권의 무도함에 대해 싸울 건 싸워야 된다고 보는 지도부를 구성해주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전략비서실장의 ‘정봉주 정도의 비주류 하나 끌어안지 못하는 결과라면 민주당 앞날은 어떻게 되겠나’라는 같은 방송에서의 지적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 박 의원은 “김근식 교수가 저희 당 앞날을 걱정해주시는 건 감사하다”면서도 “이재명 대표 체제 2기에 대한 당원들의 마음은 ‘좋아’, ‘OK’에 합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찌감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독주체제였던 당 대표 선거와 달리 각축전을 벌여온 최고위원 선거는 정 전 의원이 막판 여론 급변화로 수직하강해 탈락했고, ‘김건희 살인자’라는 원색적인 대여 강성 발언으로 주목받은 전 의원이 최종 2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지난달 20일 지역 순회 첫 경선인 제주 경선에서 19.06% 득표율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정 전 의원이 전대 후반 ‘명팔이(이재명 팔이)’와 ‘이재명은 대통령 안 된다’ 등 발언 논란으로 마지막 서울 경선에서 8.61%로 곤두박질친 사이, 1차 제주 경선에서 15.78%를 얻은 전 의원은 서울 경선에서 17.40%까지 득표율을 끌어올려 대조됐다.
전 의원의 강경 발언이 친명 강성 지지층 표 결집에 도움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는데, 일부에서는 해당 발언과 상관없이 전 의원이 서울에서 지역구 활동을 펼쳐 마지막 경선지인 서울에서 표를 많이 받았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박 의원은 라디오에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이냐라고 했을 때 최고위원 순위 변동의 가능성은 있을 것 같다고(생각했고), 탈락까지 가겠나 예상했다”며 “(마지막에) 탈락한 것을 보고 이게 굉장히 심한 이슈였구나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진정성이 떨어지지 않았나”라며 “지난 16년간 원외에 있으면서 고생한 정봉주 후보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그를 1~2위로 유지시킨 원동력의 하나였지만, (논란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당원들에게 진정성을 잃어 지지 기반을 잃은 게 아닌가”라고도 짚었다.
‘명팔이’ 발언 후 제기된 경쟁자들의 집중 공세에 정 전 의원은 ‘이재명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의도치 않게 ‘비명(비이재명)계’가 돼 억울해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사석에서 자신이 ‘이재명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던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의 라디오 발언 후 불거진 논란에는 “했다”면서도, 진의가 과장됐다고 줄곧 식은땀을 흘렸다.
‘이재명의 복심’을 내세우며 실세 놀이하는 극소수 인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고,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애정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는 게 정 전 의원의 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