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뒷면 충돌구에 조선시대 천문학자 ‘남병철’ 이름 붙었다

조선시대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남병철의 이름을 가진 달 크레이터(충돌구)가 생겼다. 한국의 제안으로 조선시대 학자의 이름을 딴 크레이터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다누리 자기장 탑재체 연구팀은 달 뒷면의 이름 없는 충돌구에 ‘남병철 충돌구(Nam Byeong-Cheol Crater)’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밝혔다. 이달 14일 국제천문연맹(IAU)이 명명 심사를 마쳐 남병철 충돌구의 이름이 공식적으로 확정됐다.

사진=경희대학교 제공 

경희대 연구팀은 한국 최초 달 궤도선인 다누리에 탑재된 자기장 측정기를 활용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다 최근 달 뒷면에서 특이한 자기장 특성을 보이는 충돌구에 이름이 없는 것을 발견했고, 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와 협의를 거쳐 이곳에 남병철 충돌구라는 이름을 추천하기로 했다.

 

달 표면 충돌구 명명은 IAU가 주관하는데, 과학적 의미가 있는 충돌구에만 세계 과학자의 이름을 붙인다. 이름을 가진 달 충돌구는 지금까지 1659개다. 

 

남병철 충돌구는 경희대 연구팀이 미국 산타크루즈대와 함께 달 충돌구가 생길 때의 달 표면 자기장 변화에 대해 연구하면서 조사를 진행했던 여러 충돌구 중 하나였다. 이들은 남병철 충돌구의 과학적 의미를 인정받기 위해 그간의 연구 내용을 정리해 IAU에 제출했고, 남병철의 이력에 대해서는 한국우주과학회가 발간하는 학회지 논문에 게재된 내용을 참고 문헌으로 삼아 검증을 통과했다. 

 

직경 132㎞의 남병철 충돌구는 1980년 이후로 명명된 모든 달 충돌구 중 가장 큰 크기다. 아폴로 시대 이후로 이렇게 큰 분화구의 이름을 짓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누리집에 게재된 남병철 충돌구의 사진. USGS 홈페이지 캡처 

연구팀은 “다누리가 낮은 궤도로 관측을 수행하는 임무 기간에 남병철 충돌구에 대한 추가 관측을 통해서 새로운 연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