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보건의료노동자가 속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파업 찬성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시작했다. 노조는 병원 측에 총액 대비 6.4%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지만, 2월에 시작된 전공의 집단이탈로 병원 경영 사정이 좋지 않아 노조 요구가 관철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노조는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파업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29일부터 동시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라 의료공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19일 오전 6시부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투표는 23일 오후 7시까지 지부별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투표 대상은 13일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한 보건의료노조 소속 62개 지부 조합원이다. 여기엔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병원 31곳과 고려대병원 등 민간병원 31곳이 포함됐다. 보건의료노조 지부는 총 224개, 전체 조합원은 8만5000여명이다.
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은 조속한 진료 정상화,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 범위 명확화,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간접고용 문제 해결, 총액 대비 6.4% 임금인상 등이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임금과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결렬되자 13일 사업장 62곳을 대상으로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했고, 15일간의 조정절차가 시작됐다.
이날까지 노사가 합의를 이룬 사업장은 없다. 7개월째 접어든 전공의 집단 이탈로 병원 사정이 계속 악화해 보건의료노동자 처우 개선에 선뜻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현재까지 합의한 곳은 없다고 밝혔다. 전공의 집단이탈로 병상 가동률이 떨어져 병원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노사간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최소한의 수준에서 임금인상 등을 요구했다는 입장이라서, 합의로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만일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다른 보건의료노동자까지 파업에 나서면 환자 불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의사가 하던 일을 대신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부담과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라, 조합원들에게 계속 참자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노사 간 교섭이 불발되면 파업 찬반 투표 결과에 따라 28일 파업 전야제를 시작으로 29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파업을 하더라도 법에 따라 필수유지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은 남길 것”이라며 “정부는 공보의 투입 등을 이야기하면서 의사 돌려막기만 할 생각을 해서는 안 되고 다른 보건의료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