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자유민주주의 통일, 北 동포 살리는 길

尹, 8·15 경축사서 통일 지향점 천명
김정은 선언 ‘적대적 2국 체제’ 반대
거짓 선전 안 속게 정보 접근권 강화
민주당, 매도만 말고 통일안 내놔야

현대사를 한민족만큼 극적으로 쓴 사례는 없다. 경제규모 10위권의 선진국, 세계은행(WB)이 인정한 ‘성장의 슈퍼스타’,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한류. 세계인이 경탄하는 남한의 발전 성적표다. 정반대 지점에 북한이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남한의 30분의 1인 최빈국, 감시와 통제가 일상인 최악의 인권침해국, 한류를 통해 자유의 바람이 퍼질까 전전긍긍하는 나라.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을 조건을 이렇게 모두 갖춘 나라가 또 있을까.

 

글로벌 모범 국가와 반면교사 삼아야 할 나라. 한 뿌리에서 갈라진 남북한의 상반된 모습은 지도자의 리더십과 체제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선택한 남한은 번영의 길을 질주했다.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앞당긴 최대 원동력이다. 반면 사회주의와 계획경제, 세습체제의 북한은 실패의 늪에 갇혀 버렸다. 주민들이 굶주리든 말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미사일 개발과 4대 세습 기반 구축에만 몰두한다. 북한 주민들을 ‘노예’로 여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태다.

김환기 논설실장

남북한의 현실은 한반도가 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되어야 하는지 이유를 제시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통일의 지향점을 명확히 밝혀 의미가 크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 열망을 자극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대해 북한이 변화하도록 이끌겠다는 추진전략은 전례 없이 공세적이다.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이겼다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정부가 화해·협력을 강조하는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30년 만에 보완한 것은 남북한 정세의 변화에 맞춘 불가피한 결단으로 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남북 관계에 대해 “동족이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라고 규정했다. 김일성·김정일 선대의 유훈인 ‘통일’을 폐기한 것은 대남 전략의 대전환이다. 남한 사회주의 건설의 수단이었던 연방제 통일 방안의 실현성이 사라지자 노선을 바꾼 것이다. 그만큼 남북 간 국력의 격차와 경제·민생 정책 실패에 따른 체제 불안의 위협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독일 단일민족론을 부정하며 분단 고착화를 시도했던 옛 동독의 모습 그대로다. 이런 상황에서 메아리가 없을 대화·협력 타령이나 하는 것은 정세 판단력의 부족을 드러낼 뿐이다. 인류역사상 분단국들이 합의의 방식으로 평화 통일을 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상론에 가깝다. 더는 유효하지 않다.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대화 제의가 아니라 싸우자는 선전포고”라고 비난했다. “결국 흡수 통일을 주장하는 것으로, 한 줌의 극우세력 규합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북한의 반통일 선언에 대해선 입을 다물면서 새 통일 담론을 매도부터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구나 8·15 통일 독트린은 헌법 정신에도 부합한다.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통일 방안은 뭔가. 자유민주주의 통일 말고 어떤 통일이 있을 수 있나. 합리적인 다른 방안이 있다면 제시하기 바란다.

 

지난해 11월 귀순한 리일규 쿠바 주재 북한 참사는 “북한 주민들은 한국 국민보다 더 통일을 갈망하고 열망한다. 그 이유는 못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8·15 통일 독트린이 북한 주민들에게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독일 통일의 주역은 동독 주민이었다. 1989년 여름부터 시위를 벌여 사회주의 체제를 청산했고 1990년 3월18일 자유 총선거에서 통일을 지지하는 ‘독일연맹’에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주었다. 동독 주민들 스스로 인권과 복지를 쟁취한 것이다. 독일에 흡수통일이란 용어 자체가 없는 배경이다. 남북통일도 북한 주민의 의식이 깨어나지 않으면 꿈도 꿀 수 없다. 김정은 정권의 거짓 선전에 속지 않도록 분별력을 길러줘야 한다. 정부가 조성할 북한자유인권 펀드를 통한 정보 접근권 확대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정치권은 초당적으로 국력을 결집하고 자유민주주의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북한 동포들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