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명 중·경상 ‘전기차 돌진 사고’ 피해자측 “장기 파열…온몸 다 부러졌다고 보면 된다”

“피해자들의 상황,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훨씬 심각해”

경기 용인시에서 60대 여성이 운전하던 전기차가 카페로 돌진해 10여명이 다친 사고는 운전자의 조작 실수가 원인인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연합뉴스

 

경기 용인서부경찰서는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된 A씨로부터 "기어 변경을 착각해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의 현장 조사에서도 사고 당시 A씨 차량의 브레이크등이 켜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그의 진술과 정황 증거 등을 토대로 A씨가 운전미숙으로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씨가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다른 전기차의 특수성 때문에 사고를 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가 운전한 테슬라 전기차는 가속 페달 하나로 속도를 냈다가 줄이는 '원 페달 드라이빙'(One-pedal Driving) 시스템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은 주행 상태로 설정돼 있을 때 가속 페달을 밟으면 속도가 올라가고, 페달을 떼면 회생제동이 작동해 속도가 빠르게 줄어든다. 에너지를 적게 쓸 수 있어 연비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지만, 페달 하나로 가속과 감속을 모두 하기 때문에 오조작의 가능성도 높을 수 있다.

 

해당 시스템은 테슬라뿐 아니라 국내 등록된 대부분의 전기차에 적용된 기술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과거 내연기관 차량을 운전하다 8개월 전부터 해당 전기차를 운전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진술과 정황증거를 토대로 A씨가 기어 변경을 착각해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 중 한 명인 B씨는 국민일보에 “피해자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알리고 싶다”며 “가해자가 이 사고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그는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의식은 있지만, 소장·직장 등 장기가 파열돼 이미 한 차례 수술을 받았고 뇌출혈도 있는 상태”라며 “골절도 심각하다. 온몸이 다 부러졌다고 보면 된다. 정형외과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어머니와 카페에 있던 일행 2명 중 한 명도 다리가 골절돼 수술을 앞두고 있고, 다른 1명은 다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B씨는 “피해자들의 상황은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병원 중환자실 앞에서 만난 70대 부부 피해자 가족들의 말을 들어보니 아버지는 다리를 많이 다치셨고, 어머니는 생명이 위독하신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으니 가해자도 심각성을 모르는 건가 싶다”며 “가해자 측으로부터 사과든 뭐든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지금도 그날 그 시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사랑하는 엄마인데,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라며 “가해자 잘못은 낱낱이 보도되고 있는데, 지금 그 사람 잘못이 중요한 게 아니다. 피해자들의 가정은 파탄이 났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앞서 지난 14일 오후 3시 10분께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의 한 카페 건물로 A씨가 모는 테슬라 전기차가 돌진했다.

 

이 사고로 카페에 있던 60대 A씨 등 3명이 안면부 열상 등 중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또 50대 등 카페 손님 8명이 경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A씨 차량은 카페에 도착해 주차하던 중 갑자기 속도를 높여 건물 통창으로 돌진, 카페 손님들과 집기 등을 덮친 뒤 건물을 관통해 반대편 창으로 튕겨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