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정보기술(IT)기업에 다니는 김세원(37)씨는 강원도 강릉에서 한 달째 머물고 있다. 공유사무실로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바닷가에서 여유를 즐긴다. 김씨는 “화상으로 회의하고 퇴근 때까지 공유사무실에서 작업을 한다”며 “회사에 갈 필요 없이 정해진 기한까지 결과물을 제출하면 되기 때문에 살아보고 싶었던 동해 바닷가 앞에서 묶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퇴근 후 수산시장에 들러 싱싱한 제철 해산물을 살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직장인들 사이 워케이션이 인기다. 워케이션(Workcation)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조합한 단어로, 휴양지나 관광지에서 휴식과 동시에 원격으로 일하는 근무형태를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일하는 방식이 변화했고, 매일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는 직군을 중심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강원도는 최고의 워케이션 장소로 손꼽힌다. 청정 자연이 잘 보전된 데다 산과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어서다. 지난해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직장인 11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워케이션 선호도 설문에서 강원도는 19.5%를 기록, 제주도(31.8%)에 이어 2위에 선정됐다. 특히 최근에는 수도권과 접근성을 장점으로 제주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공공기관 최초의 워케이션 프로그램
◆맞춤형 관광상품으로 관광객들 급증
재단은 이색적인 관광상품을 기획, 강원도 관광산업의 성장세도 이끌고 있다. 2022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반려동물 동반 관광열차 ‘강원 댕댕 트레인’이 대표적이다. 반려견과 함께 서울역에서 출발해 영월·정선을 경유한 뒤 돌아오는 상품이다. 열차 내에 ‘수의사와 함께하는 영양상담’ 등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돼 인기를 끌었다. ‘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는 산을 즐기는 20·30대들 사이에서 꾸준히 입소문 나고 있다. 지난달까지 30여만명이 인증에 참여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별빛이 내리는 요가’는 청정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다. 늦은 오후에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강원도에서도 특히 야간에 별이 보일 정도로 공기가 좋은 장소에서 열린다. 올해 4월 춘천 리버레인 카페광장에서 개최됐을 당시에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최성현 재단 대표이사가 직접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김 지사는 재단이 개최한 춘천 잣나무 숲길 맨발걷기에도 참여하는 등 시간을 쪼개 강원관광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재단은 강원도와 함께 폐광지역 관광산업 육성에도 힘을 쏟는 중이다. 광업소가 연이어 문을 닫으면서 태백·정선·영월·삼척 등 폐광지역은 대체산업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 지사는 임기 초부터 폐광지역에 광부들의 유산을 활용한 관광을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해 왔다. 재단은 여기에 발맞춰 석탄을 싣고 달리는 차들이 오가던 일명 ‘광부의 길’을 걸어보는 ‘운탄고도 1330’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폐광지역을 찾는 관광객은 10% 늘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강원도 관광객은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올해 상반기 강원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8290만명으로 전년 동기(7190만명)보다 15%(1100만명) 증가했다.
◆‘매력적인 글로벌 관광도시’ 도약 준비
재단은 현재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주요 관광지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강원 365 관광 페스타’를 추진한다. 매달 강원도에 놀러 와도 부담이 없는, 그래서 또 가고 싶은 관광지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의 해양레저 관광사업 활성화 기조에 맞춰 동해안 6개 시·군별로 특화된 해양 레저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할 방침이다.
저출생, 고령화, 도시로 이주 등으로 소외된 지역 활성화를 위한 농촌체험도 장려할 예정이다. 채식으로 구성된 강원도 한식의 브랜드화를 위한 ‘비건(Vegan) 라이프 체험’ 사업도 추진된다. 채식 인구가 증가하는 시점에서 사찰문화 체험 등과 연계하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맞춤형 스포츠 관광 산업을 활성화해 관광객을 유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마지막으로 ‘강원관광 방문객 실태조사·빅데이터 해커톤 대회’를 추진한다. 체계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강원관광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참신한 관광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강성구 재단 본부장은 “김진태 도정 목표이기도 한 ‘강원특별자치도 시대, 매력적인 글로벌 관광 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성현 강원관광재단 대표이사 “일상이 여행 되는 공간으로 지속가능 관광강원 만들 것”
“일상이 여행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겠습니다.”
최성현(사진) 강원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올해 11월이면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그는 강원대에서 관광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관광 전문가다.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에서 문화정책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강원도의원을 지내기도 해 지역과 관광을 융합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강원관광을 이끈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21일 세계일보와 만난 최 대표는 “지난해 6월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강원관광도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취임 후 ‘특별한 여행, 강원더풀(Gangwonderful)’이라는 슬로건 아래 강원관광의 도약에 초점을 맞추고 쉼 없이 달려왔다”고 반추했다. 이어 “특히 강원도를 취미가 일상이 되고 일상이 여행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관광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관광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 재단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광객들이 만족해야 강원도에 다시 가보자는 마음이 생긴다”며 “재방문이 늘면 덩달아 소비가 늘고 이는 지역민의 소득증대로 이어져 지속가능한 강원관광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단은 숙박·교통 등 기반시설 개선은 물론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상품 발굴을 통해 만족도 향상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직 관리도 최 대표가 중점을 두는 부분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관광객들도 행복하다는 철학 때문이다. 재단은 지난해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유연근무제와 ‘가족 사랑의 날’을 도입했다. 직원들의 자기계발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여성가족부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경영에도 힘써 2년 연속 강원도 출자·출연기관 경영평가에서 S등급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보보안 우수기관에 선정돼 도지사 표창을 수상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묻자 2025년까지 관광객 2억명 유치와 관광소비 2조21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 대표는 “강원도 18개 시·군별 특화 콘텐츠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해외관광객까지 사로잡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연말 동해중부선 철도가 개통하면 영호남 관광객들의 강원도 방문이 한층 쉬워져 새로운 수요도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강원관광이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특히 신경 쓰겠다”며 “강원도 관광을 이끄는 기관장으로서 앞장서 발로 뛸 테니 지켜봐 달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