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수수 의혹’ 정우택 전 국회부의장 구속영장 기각

지역의 한 자영업자로부터 돈 봉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정우택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청주지방법원 김승주 부장판사는 20일 0시30분쯤 뇌물 수수,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청구된 정 전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청주지법은 전날 오후 2시30분쯤부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지역 자영업자로부터 돈 봉투를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우택 전 의원이 19일 청주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부장판사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거나 일부 증거가 부합하지 않는 등 범죄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현재까지의 수사 정도를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청주 상당 국회의원 보궐선거 전후인 2022년 지역의 한 카페 업주 A씨로부터 수백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불법영업을 하던 자신의 카페 영업 허가 등을 청탁하며 정 전 의원에게 돈 봉투를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정 전 의원이 A씨로부터 봉투를 받아 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됐다. 21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을 지내기도 한 정 전 의원은 올해 총선에서 6선에 도전했으나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진 뒤 공천에서 탈락했다.

 

정 전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CCTV에서 벗어난 장소에서 봉투를 곧바로 돌려줬으며, 봉투 속 내용물은 확인해 보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 전 의원은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도 “30여년 정치 생활을 하면서 결코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영장 심사를 통해 억울함과 결백함을 자세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를 오래 한 사람으로서 공작이나 방해가 있었다고 확신한다”며 “2년 전 있었던 일을 민감한 시기인 공천 면접 전날 언론에 공개했다는 것은 공작 가능성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A씨는 돈 봉투를 돌려받지 못했고 추가로 건넨 금품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가 정 전 의원 측에 건넸다고 주장하는 금액은 800만원에 이른다.

 

경찰은 올해 3월 A씨로부터 고소장을 접수받고 조사를 진행해왔다. A씨도 알선수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았으나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