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극강’ 삼성 VS ‘포항과 좋은 추억’ 이승엽 감독의 두산, 포항 주중 3연전서 ‘빅뱅’

KIA가 지난 서울 잠실 주말 3연전에서 LG를 상대로 스윕승을 거두면서 선두 싸움은 사실상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19일 기준 선두 KIA는 28경기, 2위 삼성은 27경기, 3위 LG는 30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KIA가 남은 시즌 현재 승률(0.596) 수준의 성적(17승 11패)을 거둔다고 가정하면 85승2무57패를 기록하게 된다. 이 경우 삼성이 남은 기간 22승 5패(승률 0.815)의 성적을 올려야 동률을 이룬다. LG는 25승 5패(승률 0.833)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한다. KIA가 기록적인 연패를 당하지 않는 한 선두 경쟁이 끝난 셈이다.

 

이제 2위 삼성부터 3위 LG, 4위 두산의 현실적인 목표는 2위 사수다.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내야만 한국시리즈에 오르기 전까지 전력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20일부터 포항에서 열리는 2위 삼성과 4위 두산의 주중 3연전은 2위 경쟁의 향방을 내다볼 수 있는 ‘빅매치’로 꼽힌다. 현재 삼성(63승2무52패)과 두산(61승2무56패)의 승차는 3경기 차. 삼성이 위닝 시리즈 내지 스윕을 거둘 경우 두산을 확실하게 2위 싸움에서 조기 탈락시킬 수 있고, 두산은 스윕승을 거두면 단숨에 승차를 0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번 3연전에서 더 절박한 쪽은 두산이지만, 두산은 올 시즌 삼성을 만나 2승10패로 철저하게 짓밟혔다. 향후 가을야구에서도 만날 수 있는 만큼 남은 4경기에서 최대한 회복을 해야만 가을야구에서도 승산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삼성은 포항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2012년부터 포항을 ‘제2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삼성의 포항 경기 승률은 무려 0.641(41승 23패 1무)이다. 2015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2021년 잠깐 반짝해 정규리그 2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암흑기를 보냈던 삼성이지만, 포항에서만 가면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삼성의 기세는 뜨겁다. 여름에 강해 ‘여름성’이라 불렸던 면모를 회복했다. 주장 구자욱과 7월 월간 MVP를 수상한 야수 최고참 강민호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젊은 선수들이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투수진에서도 ‘끝판대장’ 오승환이 2군으로 내려갔지만, 임창민과 김재윤이 더블 마무리 역할을 준수하게 해내고 있고 최지광도 최근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두산이 믿을 구석은 사령탑인 이승엽 감독이다. 공교롭게도 삼성이 포항에서 강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승엽 두산 감독의 존재 덕분이다. 현역 시절 삼성의 상징이었던 이 감독은 포항에서 39경기를 뛰며 타율 0.362(141타수 51안타), 15홈런, 4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67을 기록했다. 이 감독이 일본무대에서 돌아와 다소 전성기가 지난 시점부터 포항에서 홈 경기가 펼쳐졌지만, 이 감독은 포항만 가면 전성기에 버금가는 장타력을 자랑했다.

 

이 감독은 2015년 6월 3일 포항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KBO리그 사상 첫 400홈런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 감독이 현역으로 뛴 기간 삼성의 포항구장 성적은 33승 11패(승률 0.750)였다. 지난해 이 감독은 '두산 수장'으로 포항구장을 찾아 3연전을 싹쓸이하며 포항과 좋은 추억을 이어갔다.

 

포항에서는 강했던 삼성과 현역 시절 포항에서는 누구보다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던 두산 사령탑 이 감독의 맞대결. 누가 위닝시리즈 혹은 스윕승을 달성하느냐에 따라 2위 경쟁은 요동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