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운전자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가속페달을 오조작해 사고를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태헌)는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상해를 입는 등 인명피해를 일으킨 피고인 차모(68)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차씨는 지난달 1일 오후 9시27분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차량을 몰던 중 역주행 후 인도와 횡단보도로 돌진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다. 차씨는 세 차례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줄곧 차량 이상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해왔다.
검찰은 지난 1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후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은 자동차 포렌식을 통해 차씨의 차량전자장치(AVN)에 저장된 위치정보·속도가 사고기록장치(EDR), 블랙박스 영상의 속도 분석과 일치하는 등 가속페달을 밟았음을 확인했다.
차씨는 호텔 지하주차장 안에서부터 급발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지하주차장을 지나 역주행이 시작될 무렵부터 차량의 속도가 급증했다고 판단했다.
또 브레이크(제동페달)를 밟았음에도 당시 진공배력장치가 무력화돼 작동하지 않았다는 차씨 주장에 대해 “진공배력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제동장치가 작동하고, 제동등도 점등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측 신발 바닥의 패턴 흔적이 브레이크가 아니라 가속페달과 일치한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 영상에 따르면 차씨의 차량이 사고 충격으로 멈추면서 순간적으로 제동등이 점등됐던 것을 제외하면 역주행을 하는 동안에는 제동등이 켜져있지 않았다. 당시 차씨 차량은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와 역주행하면서 도로 왼편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12명을 친 뒤 교차로 통행 중이던 승용차 2대를 들이받고 멈췄는데, 제동등이 점등된 것은 이때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했음에도 법정형은 금고 5년(경합범 가중할 시 7년6월)에 불과하다며 “다중인명피해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죄에 상응한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재판 절차 진술권 보장 등 피해자 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