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부모’ 공개한 시민단체 대표, 명예훼손 유죄 확정

1심 무죄 → 2심 80만원 벌금형 확정
양육비 미지급자 명단공개 웹사이트 '배드페어런츠' 강민서 대표. 뉴스1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를 주지 않은 부모들의 신상 정보를 온라인상에 공개한 시민단체 대표가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양육비 해결 모임’ 강민서 대표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25일 확정했다.

 

강 대표는 2018년부터 ‘배드페어런츠(원래 이름은 배드파더앤마더스)’라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제보를 토대로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2019년엔 양육비를 주지 않은 남성 A씨를 두고 “비정한 아빠”, “파렴치한”이라며 신상을 공개했다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강 대표에 무죄를 선고했다. 공개된 신상정보 중 일부가 허위이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을 토대로 하고 있고, A씨 배우자로부터 자료를 전달받은 강 대표로서는 허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으리라는 이유였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강 대표가 양육비 미지급 관련 ‘사실’을 적시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며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에 2심 법원은 “게시글의 주된 목적이 공개적 비방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유죄로 판단,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신상공개는 공개대상자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이 매우 크기 때문에 법률에 규정된 경우에 한해 국가기관에 의해 엄격한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행해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강 대표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사이트에 피해자의 사진과 거주지, 직업, 양육비 미지급 사실 및 이를 비난하는 문구를 함께 게시했고 그 과정에서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거나 피해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정보를 게시한 2019년경 당시 피해자의 자녀들은 이미 성년이 되어 ‘현재 양육비 지급이 급박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1월에도 대법원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의 운영자 구본창씨에 대해 사적 제재를 용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유죄(벌금 100만 원 선고유예)를 확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