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음주운전 사고' 제때 측정 안 한 경찰관들 경징계

시속 159㎞를 달리다 사망사고를 낸 포르쉐 운전자에 대해 제때 음주측정을 하지 않아 물의를 빚은 파출소 경찰관들이 경징계 혹은 불문경고 처분을 받았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채혈하겠다”는 가해 차량 운전자의 말만 믿고 병원으로 보내 이른바 ‘술 타기’ 수법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복된 스파크 차량. 전북자치도소방본부 제공

20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고 성실의무 위반으로 전 여의파출소 A팀장에게 감봉 1개월을, 팀원들에게는 불문 경고 처분을 내렸다. 공무원 징계는 감봉·견책 등 경징계와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로 나뉜다. 불문경고는 견책보다 낮은 조치로, 일부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행정처분이다.

 

앞서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월27일 오전 0시45분쯤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호남제일문 사거리에서 포르쉐와 스파크 차량이 충돌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가 최단 시간 내 경찰력이 출동해야 하는 ‘코드(CODE) 1’으로 분류됐는데도 파출소 팀장은 출동하지 않았다. 결국 파출소에 남은 팀장을 제외한 팀원들은 음주측정도 하지 않고 “채혈하겠다”는 가해 차량 운전자 A씨의 말만 믿고 홀로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후 경찰관이 동행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는 퇴원한 다음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마시는 술 타기 수법으로 수사에 혼선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술 타기는 음주운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 도주 후 추가 음주를 해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어렵게 만드는 수법이다. 최근 가수 김호중(33)이 음주운전을 시인했음에도 해당 행위로 음주운전 혐의를 벗어난 사실이 알려지자 비슷한 수법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 관련 법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다. 

사진=연합뉴스

음주운전 혐의를 벗어나기 위한 행위가 빈번히 발생하는 만큼 교통사고가 발생 시 음주 여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했으나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은 사고 처리에 미숙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상탁 전북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은 지난 6일 “코드 1이 발령된 사고는 파출소에서 근무 중인 인력이 전부 출동하게 돼 있다”며 “당시 팀장의 판단이 안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