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마약 중독자 재활 원년… 재범률 10%로 낮추는 게 목표” [세계초대석]

다크웹 이용 젊은층 마약에 쉽게 접근
16개 부처와 마약 단속 ·교육·재활 협업
마약재활센터 확대해 전국 11곳 운영

해외 직구시 ‘올바로 사이트’서 확인을
K라면 규제 때 발 빠른 외교로 대응
처 승격 10년… 국민 안심 기관 만들 것

대학가, 공무원, 연예계 등 마약이 사회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정부는 공권력을 총동원해 마약을 뿌리 뽑겠다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이 전쟁을 이끄는 최전선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있다. 식약처장은 16개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마약류대책협의회의에서 국무조정실과 공동간사를 맡고 있다.

 

특히 식약처는 최근 마약 중독자의 재활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5년간 마약사범 재범률은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10명의 마약사범을 처벌해도 3명은 다시 마약에 손을 댄다는 의미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장기적으로 마약 재범률을 10%까지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를 마약 중독자 재활의 원년으로 삼고, 재활센터를 혁신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오유경 식약처장은 마약 재발률(재범률) 장기 목표로 ‘10%’를 설정했다. 다른 범죄 재범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의미다. 식약처는 지난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마약 중독 치료와 예방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관련 시설과 홍보를 확대하고 있다.

 

오 처장은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것만으로는 근절에 한계가 있고 결국 단약하게 해야 한다”며 “이제는 정부가 재활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16개 부처와 마약 단속, 교육, 재활 관련해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처장을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만났다.

 

―연일 마약 관련한 사건이 터지고 있다. 요즘 마약을 어떻게 처음 접하나.

 

“불법 마약이 유입되는 통로와 의료용 마약의 통로는 다르다. 불법 마약은 밀수로 들어오고, 의료용 마약은 아프다고 하면서 처방받아 축적해둔다. 이후 텔레그램이나 다크웹으로 광고한 뒤 비트코인으로 거래·결제한다. 다크웹이나 비트코인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젊은 층은 마약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위험하다. 2018년에는 주 마약사범이 40대였는데, 지금은 10대·20대다.”

 

―신종 마약은 탐지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마약은 마약으로 인정하는 마약류, 마약류로 인정하기 전 단계인 임시마약류, 그보다 전 단계인 신종 마약류로 분류된다. 신종 마약류는 마약의 구조를 교묘히 바꿔서 탐지할 수 없지만, 임시마약류는 탐지할 수 있고 법적 구속력도 있다. 신종 마약류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확보해 임시마약류로 지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종 마약에 대한 국제적 정보를 빨리 받기 위해 지난해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임시마약류를 지정하는 데 120일 소요되던 결재라인을 40일 이내로 단축하기도 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장기적으로 마약 재범률을 10%까지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를 마약 재활의 원년으로 삼고, 재활센터를 혁신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원 기자

―마약 문제에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이 있다면.

 

“올해는 마약 중독자 재활의 원년이다. 예전에는 마약 단속과 처벌만 했는데 이번 정부는 재활과 교육도 강조하고 있다. 마약 문제가 너무 심각해지다 보니 마약 재활센터를 혁신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식약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마약 재활센터는 3곳밖에 없었다. 서울과 부산에 한 곳씩 있었고, 지난해 대전에 청소년 중심 센터를 만들었다. 올해는 8곳을 추가 신설해 현재 11곳이 운영 중이다. 연말까지 전국 17곳으로 늘릴 예정이고, 강원과 경기에 추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센터 이름도 ‘함께 한걸음 센터’로 바꿨다. 또 3월에는 1342번으로 전화를 걸면 24시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용기 한걸음 센터’를 열었다. 1342로 전화하면 상담을 받고, 필요한 경우 근처에 있는 함께 한걸음 센터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용기 한걸음 센터를 찾는 사람은 얼마 정도 되나.

 

“용기 한걸음 센터가 3월에 문을 연 뒤 처음에는 한 달에 300명 정도 전화가 왔다. 하루 10명씩이다. 지금은 월 480명 정도다. 홍보를 많이 하면 전화가 더 오는 식이다. 현장 얘기를 들어보면, 당사자나 당사자 가족이 고민을 많이 하다가 용기 내서 전화한다고 한다. 재활해서 가족 구성원 한 명이 단약하면, 한 명의 효과만 나는 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상황이 좋아지는 효과를 낸다.”

 

―마약 재범률이 30%대인데 목표 재범률이 있나.

 

“장기적으로 10%까지 떨어뜨리는 게 목표다. 일반 중범죄 재범률이 10% 정도라서, 그 수준으로 낮추려고 한다. 제품을 만들 듯 금방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그 정도로 떨어지면 정부가 보람 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디지털 의료제품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우리나라가 화학 제약산업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디지털 분야는 절대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휴대전화 앱(애플리케이션)으로 불면증 증상을 완화하는 디지털 의료제품을 지난해 2개 허가했고, 올해도 시야 장애와 호흡 기능 개선 2개 제품을 허가했다. 현재 69개 기기가 임상 단계에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디지털 의료제품을 개발 중인 곳이 있는데, 세계 최초로 생성형 AI 기반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올해 연말까지 만들려고 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해외 직구가 늘고 있다. 품질을 책임지는 수입업체가 따로 있지 않다 보니 제품에서 위험 물질이 검출되는 경우도 있는데.

 

“해외 직구 특징상 개개인 집으로 바로 배송돼서, 식약처가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금은 식약처 직원들이 별도의 예산을 들여 직접 해외 직구를 한 뒤,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최근 다이어트·체형변화 해외 직구 식품 100개를 분석했더니 42개 제품에서 국내 반입차단 대상 원료·성분이 확인됐다. 이런 제품은 관세청과 공유해 국내 반입을 차단하고, ‘해외직구식품 올바로’ 사이트에 게시한다. 안전을 위해 해외 직구를 하기 전 올바로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것을 권한다.”

 

―최근 K라면 수출을 위한 식약처의 외교활동이 화제가 됐다.

 

“덴마크 수의식품청(DVFA)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규제한 원인을 제공한 건 사실 독일연방위해평가원(BfR)이었다. BfR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캡사이신 높은 음식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BfR은 영향력이 높아서, 얼마 뒤 덴마크가 불닭볶음면을 규제했고 옆 나라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제2, 제3의 불닭볶음면도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DVFA의 평가보고서는 매운맛을 측정하는 스코빌 지수에 오류가 있었다. 덴마크 사람들은 라면을 물에 끓여 먹는 게 아니라, 나초 칩처럼 생라면을 불닭볶음면 소스에 찍어 먹는다고 생각했다. 식약처 직원 10명이 밤새 데이터를 만들어 BfR에 갔다. 라면을 먹는 방법과 데이터를 보여주니 BfR 직원들이 이해하고는 ‘다른 국가에도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 뒤 DVFA를 갔을 때는 BfR을 다녀왔다는 사실 덕분에 설득이 쉬웠다. 위험하지 않은 식품에 규제장벽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발 빠르게 움직였고, 초기 대응에 성공했다.”

 

―라면 외에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식약처가 한 외교적 활동이 더 있나.

 

“미국에서 화장품 선진화법인 모크라(MoCRA)가 곧 시행된다. 미리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우리나라 업체와 만나는 시간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업체 사람 1000명이 참여하는 줌 회의를 열기도 했고, 올해 여름에는 FDA를 한국으로 초청해 법 도입 후 무엇이 달라지는지 설명을 들었다. 외국 규제기관과 우리 산업체가 미리 만나서 변화에 대비하게 하는 것도 식약처의 일이다.”

 

―식약처 업무 특성상 부처 간 협력이 중요한데 어려움은 없나.

 

“이번 정부가 부처 협력을 굉장히 강조해서 적극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마약은 경찰청과 긴밀히 협업하고, 화장품은 법제처나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업한다. 화장품 업체 중 중소기업이 많아서 국제 중소기업 박람회를 유치하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식약처는 규제기관을 불러 산업체와 만날 수 있게 한다.”

 

―식약처가 처로 승격된 지 10년이 됐는데, 앞으로의 미래상은.

 

“국민 1000여명에게 식약처가 어떤 기관이 됐으면 좋겠는지 물어본 결과, ‘식의약 안심이 일상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국민이 ‘식약처가 인증했으니 괜찮겠지’라고 안심할 수 있는 기관이 되는 게 비전이다. 이를 위해 SOP(Science On-site Partnership·과학 현장 협력) 전략을 하고 있다. 현장에 어떤 식의약 수요가 있는지 파악해, 과학적 자료를 만들고, 국내외 전문가와 협력하겠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1965년 출생 ●서울대 약학 학사 ●서울대 약학 석사 ●미국 뉴욕주립대 약학 박사 ●미국 하버드대 의대 세포생물학 박사후연구원 ●특허청 약품화학과 심사관 ●서울대 약학대 교수 ●서울대 약학대 학장 ●2022년 한국약제학회장,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