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정책으로 입안될 미국 민주당의 정강 개정안이 어제 공개됐다. 새 정강은 ‘미국이 돌아왔다’를 외교 슬로건으로 내세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이어받아 “동맹국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한국 등 인도·태평양 국가의 중요성을 여러 항목에 걸쳐 다루고 한국을 14차례 언급하면서 ‘우리의 동맹국, 특히 한국 편에 서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인도·태평양에서 강하고 주권적이며 독립적인 국가들을 지원한다’면서도 한국을 아예 언급도 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 정강과 대비된다.
문제는 북한 비핵화와 인권 문제가 정강에서 쏙 빠진 점이다. 미국의 대화 제의에 북한이 일절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허해 보일 수 있는 비핵화 및 대북 외교 관련 언급을 하기보다는 한·미·일 공조를 통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쪽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전 정강에는 ‘우리는 북한 비핵화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동맹국들과 함께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외교 캠페인을 구축할 것’이라고 적시돼 있었다. 하지만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사는 우리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자칫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듯한 시그널을 줘 북한이 대화가 재개되면 군축협상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우리에겐 최악이다.
북한 인권 문제 역시 소홀히 다뤄선 안 된다. 그런데도 미 민주당 정강에서 “우리는 북한 주민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만 있을 뿐 “북한 정권이 총체적 인권유린을 중단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는 문구가 사라졌다. 물론 정강에서 빠졌다고 미국이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진 않을 것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 밀려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정책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다. 이럴 경우 북한의 도발이 잦아지고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8일 발표된 공화당의 정강도 2016년·2020년 트럼프가 대선 출마 때 채택한 ‘북한의 핵프로그램 폐기 요구’와 같은 문구를 삭제했다. 백악관 주인이 누가 되더라도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변화는 불가피하다. 외교안보라인을 통해 우리의 반대 입장을 미국에 분명히 밝히는 일이 화급하다. 외교안보정책의 총체적 점검은 말할 것도 없고 시나리오별 대책도 서둘러 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