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하는 쌀값 대책 마련을”… 전국서 농민들 논 갈아엎어

“폭락하는 쌀값에 농민들은 신음한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은 20일 오전 10시 익산시 춘포면 덕실리 들녘 논에서 대형 트랙터로 노랗게 익어가는 벼를 갈아엎으며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이 20일 익산시 춘포면 덕실리 들녘에서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농 제공

이들은 “지난해 10월 21만7352원에 거래됐던 80㎏ 들이 한 가마당 쌀값이 10개월 연속 지속적으로 하락해 이달 15일에는 17만8476원까지 떨어져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가 즉각적인 쌀 시장격리 등을 통한 쌀값 안정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농민들은 “쌀값 폭락은 정부의 개방농정, 수입 일변도 정책이 잘못됐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무차별적인 농산물 수입과 저율관세할당(TRQ) 수입 쌀 40만8700t이 계속되는 한 대한민국 농촌과 농업, 농민에게 소멸과 파멸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2015년 쌀 시장 개방 이후 매년 40만8700t을 의무 수입해 지난해 8월까지 총 308만4000t을 국내로 들여왔으며, 구입·관리 비용은 4조507억원에 달했다.

 

농민단체는 이어 트랙터를 몰고 전주서부신시가지 전북도청까지 행진을 벌이며 정부의 특단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도 전날 전남 영광군 대마면 들녘의 논(2000㎡)에서 트랙터로 정성껏 키운 벼를 갈아엎었다. 단체는 “정부가 5차례에 걸쳐 쌀 수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쌀값은 멈출 줄 모른 채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쌀 시장격리 20만t을 즉각 실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나락(20㎏)값 8만원을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전농 부산경남연맹 회원들 역시 이달 9일 경남 의령군 논(3800㎡)에서 익어가는 벼를 갈아엎으며 정부에 쌀값 안정 대책을 요구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80㎏들이 한 가마 가격은 17만7740원으로 지난해 10월 수확기 21만7352원(평균 20만2797원)보다 최고 4만원가량 하락했다. 산지 쌀값은 올해 초 20만원선을 유지했으나, 줄곧 하락세를 보여 5월 18만원대, 지난달 25일에는 17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이 익산시 춘포면 덕실리 들녘 논에서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며 대형 트랙터로 익어가는 벼를 갈아엎고 있다. 전농 제공

농식품부는 통상 7∼9월은 재고 감소 등 영향으로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올해는 재고가 누적된 데다 쌀 소비마저 줄어들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이른바 ‘역계절 진폭’이 나타난 것으로 판단한다. 정부가 사들이는 공공비축미는 2021년까지 35만t 안팎을 유지하다 2022년 45만t, 2023년 40만t, 올해 45만t 등으로 다소 늘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평균 56.4㎏로, 30년 전인 1993년의 소비량(110.2㎏)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통계를 시작한 1962년 이래 가장 적다. 하루 쌀 소비량으로 치면 154.6g으로 즉석밥 하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정부는 쌀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농민의 반발이 커지자 쌀 수확기 대책을 다음 달 초 조기에 발표하고 수확기 전에 밥쌀이 아닌 주정, 사료 등 용도의 ‘완충 물량’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2024년 공공비축 시행계획’을 의결하고 올해 쌀 45만t을 사들여 비축하기로 했다. 2024년산 쌀 40만t과 2023년산 쌀 5만t을 합한 것이다. 이중 지난해 생산된 쌀 5만t은 쌀값 방어를 위해 올해 6월 민당정 협의회에서 결정된 내용이다.

 

농협은 지역농협이 보유한 재고 쌀 5만t을 소진하기 위해 가공·주정용 쌀을 새로 공급하는 농협과 쌀·가공식품 수출 농협에 판매 지원 예산과 수출 물류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침밥 먹기 운동도 벌여 쌀 소비를 촉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