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 아시아 여성 정치인들 “해리스는 아시아 여성”

“카멀라 해리스는 아시안이고, 아시안 여성에 의해 길러진 사람이에요. 우리가 겪는 일들을 친밀하고 가깝게 이해하지요. 그는 이것들을 백악관으로 가지고 갈 것입니다.”

 

인도계인 프리야 순다르샨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20일(현지시간) 시카고 메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서 열린 AAPI(Asian American Pacific Islander∙아시안∙태평양도서국계) 민주당 코커스 기자간담회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아시안’이라고 지칭하며 말했다. 이날 여러 아시아계 배경을 가진 민주당 정치인들이 간담회에 다녀갔는데, 주단위 선출직 기준으로 참석한 여성 정치인들의 숫자가 남성보다 더 많았다.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날인 20일(현지시간) AAPI(Asian American Pacific Islander∙아시안∙태평양도서국계) 코커스 기자간담회에 아시아계 민주당 여성 정치인들이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에리카 모스카 네바다 주 하원의원, 카오주아파 엘리자베스 리 미네소타 주 하원의원, 카올리 허 미네소타 주 하원의원, 니콜 리 시카고 시의원, 마리야 세르바냐 노스캐롤라이나 주 하원의원, 프리야 순다르샨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 홍주형 특파원

해리스 부통령은 자메이카계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를 뒀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흑인도 아니면서 흑인이라고 한다”며 해리스 부통령이 인도계 가족들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조롱했다. 하지만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선 개인의 다양한 정체성을 인정하는 전통이 확립돼 있다.

 

이날 모인 여성 정치인들은 아시안이자 여성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배경도, 연령대도 다양했다. 태국계 난민 부모를 둔 카오주아파 엘리자베스 리 미네소타 주 하원의원은 특히 “(유색인종 여성 대통령 후보를 갖게 된 것에) 우리 모두 너무 놀라워서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젯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연설과 청중들의 반응은 여성을 대통령 후보로 보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보여줬다”며 “게다가 올해는 유색 인종, 아시아계 미국인 혈통의 여성 아니냐”라고 감격해 말했다. 중국계이자 스스로를 “평생을 시카고 차이나타운에서 살았다”고 소개하는 니콜 리 시카고 시의원은 “해리스는 그녀가 믿는 것을 위해 맞설 줄 아는 사람”이라며 ”나는 그가 불의에 맞서고, 그녀에게 던져진 어떤 것들에도 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녀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 여성이고, 아시아계 어머니의 딸”이라며 “카멀라 해리스∙팀 월즈의 조합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오스계 이민자 출신인 카올리 허 미네소타 주 하원의원은 “해리스의 대통령 후보 선출이 내게 의미하는 것은 여성은 남성과 같은 일을 하려면 더 많은 자격을 갖춰야 하고 교육을 더 많이 받아야 하고, 더 많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해리스가 갖춘 자격은 그가 지금보다 더 높은 자리로 갈 시간이 왔다는 것을 직시하게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계로 처음 노스캐롤라이나 주 하원의원이 된 마리야 세르바냐 의원 역시 “나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선출직에 당선된 역사상 두 명의 아시안 중 하나“라며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후보 선출은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한 사람들이 실제로 보직에 임명되는 것을 보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카고 전당대회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흑인 여성 모임도 여럿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만난 아시아계 민주당 여성 정치인들에게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들과 같은 아시안이었다. 아시안이자 여성으로서 자신들이 미국 사회와 정치권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리스 부통령이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