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로 1억원 기부?…금융결제원 '또' 방만 경영 도마 위

'업추비' 연 3300만원으로 기부… '재산' 300억원은 퇴직연금에
2018년엔 '전관 예우' 발칵…감독 사각지대서 '방만 경영' 비판
금융위원회 전경

금융기관 공동전산망을 운영하는 금융결제원이 3년간 약 1억원의 업무추진비를 기부 목적으로 사용하고, 존립 근간이 되는 '기본 재산'을 이용해 300억원에 달하는 퇴직급여 충당금을 적립하는 경영 행태로 금융당국의 주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난 2018년에도 퇴직한 원장을 3년간 상임고문으로 위촉해 연 6200만원을 지급하는 '방만 경영' 행태로으로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은행 간 자금 흐름을 중개하는 핵심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분류되지 않아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업무추진비 연 3300만원으로 '기부'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결제원에 종합감사 결과를 통보하고 '기부 목적의 업무추진비 사용'을 포함 총 12가지 사안을 지적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최근 3년간 연평균 33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기부 목적으로 사용했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업무추진비와 기부금는 명확하게 구분되며, 공공부문에서는 업무추진비를 후원금·성금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금융위는 "기부금을 받은 법인들은 금융결제원의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곳이 아니었다"면서 "업무추진비는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목적이기에 두 지출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금융결제원은 업무추진비 일부를 현금으로 집행하기도 했는데, 금융위는 현금 결제에 대해서도 "현금 사용은 어떠한 연유로 무엇을 구매했는지 기록이 남지 않아 사적 사용의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기본재산' 300억원으로 퇴직연금 충당

 

이번 종합감사를 통해 금융결제원이 존립 근간이 되는 '기본 재산'을 이용해 퇴직급여 충당금을 적립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융결제원은 지난 2022년 기본재산 중 총 299억9000만원을 퇴직급여 충당금 적립에 사용했다. 기본재산은 출자금·가입금·참가금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존립의 근간이 되는 자산으로 사용은 엄격히 제한돼 있다.

 

금융결제원 정관에 따르면 업무수행에 필요한 경비는 기본재산의 운영수익과 회비 및 사업수익으로 충당해야 한다. 금융위는 "퇴직급여 등에 대해 기본재산을 처분해 사용하는 것은 기본재산의 충실한 운용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금융결제원은 △국내외 연수자 관리·감독 소홀 △집기·비품 등에 대한 집행 및 관리 미흡 △성과연봉 및 성과상여금 제도 운영 부적정 등을 함께 지적받았다.

 

◇ 감독 사각지대서 '방만 경영' 비판

 

짚어야 할 점은 금융결제원이 지난 2018년 진행된 종합감사에서도 방만한 경영 행태로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금융결제원은 퇴직한 원장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해 3년간 월 390만원의 고문료 및 150만원의 업무추진비 등을 지급했는데 금융위는 "사회통념에 비해 과도한 지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송재호 전 더불어민주당은 금융결제원의 경영 실태를 지적하면서 "금융위 산하기관은 공공성의 역할을 지녀 국회의 피감대상인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부터 매년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씩의 분담금을 지원받아 운영한다"며 "예산을 방만하게 사용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민 세금이 새는 것과 같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금융결제원은 국가 금융 공동 전산망을 운영하는 만큼 한국은행을 비롯한 은행이 회원사로 회비를 지급하고 있으나 공공기관이 아니라 해마다 국회나 정부 기관의 감사를 받지 않는다. 다만 금융위는 '법인의 사무는 주무관청이 검사·감독한다"는 민법 37조에 따라 3~4년에 한 번씩 종합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은 해당 기관이 2개월 이내에 조치하거나 조치계획을 마련해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이번 종합감사에 대해 "금융위 감사 결과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